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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 가족 잊은 적 없는데… 잊힌 화상 상봉장

김산
김산 기자 mountain@kyeongin.com
입력 2023-01-19 19:45 수정 2023-01-19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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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이후 이산가족 상봉이 한 번도 성사되지 않은 가운데 남북한 이산가족들은 고령화 등으로 점점 줄어가고 있다. 19일 오후 수원시 권선구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이산가족 화상상봉장이 카메라만 켜진 채 적막하게 비어 있다. 2023.1.19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을 앞두고 4만2천여명의 이산가족들은 여전히 멀리 이북에 생존한 친지를 그리고 있다. 남북 관계가 경색 국면에 들어가며 이산가족 상봉이 다시 언제 이뤄질지 짐작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들의 소망을 조금이나마 이뤄줄 '이산가족 화상상봉장'이 잠들어 있다.

이산가족 화상상봉장은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한 이산가족들이 화상으로나마 서로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마련한 시설이다. 대한적십자사의 관리로 2005년 수원 경기도지사를 포함해 전국 9개 지역에 13개소가 구축됐으며 2021년 7개소를 증설해 현재 20개소가 구축돼 있다.

시설은 전국 동일하게 각 지사 내부 사무실 하나 크기로 마련된 공간에 카메라, 마이크, TV, 네트워크 장치, 방음벽 등 장비가 갖춰져 있다.

2007년 이후 한 번도 가동 안돼
전국 20개소, 남북 협상수단 전락

부푼 기대감을 안았던 화상상봉장은 시설이 마련된 직후 2005년 8월 첫 행사를 시작으로 2년 동안 7차례, 모두 557가족 3천748명의 만남을 성사시키면서 이산가족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시사하는 듯했다. 하지만 2007년 11월 이후로는 지금까지 한 번도 가동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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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이후 이산가족 상봉은 한 번도 성사되지 않은 채 남북한 이산가족들이 고령화 등으로 점점 줄어가고 있다. 19일 오후 수원시 권선구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이산가족 화상상봉장에서 관계자들이 시설 점검을 하고 있다. 2023.1.19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2018년 남북정상회담에서 이산가족 화상상봉 합의에 따라 개보수 및 증설을 마쳤는데도 마땅한 호응이 없어 행사는 재개되지 못했다. 요동치는 남북관계 속 화상상봉은 협상 전략 수단으로, 화상상봉장은 과거의 산물로 전락하는 실정이다.

생존 이산가족 전국 4만2천여명
절반 이상 80~90대, 시간만 흘러
이 가운데 이산가족 수는 점점 줄고 고령화되면서 '골든타임'이 임박하는 상황이다.

1988년 처음 신청을 접수한 13만3천여명의 이산가족 가운데 지난해 12월 기준 생존자는 4만2천624명이다. 전년 동월 대비 3천600여명이 감소했으며 전월 대비 264명이 감소한 수치다. 남은 생존자의 연령 비율도 90대 이상(28.5%)과 89~80세(37.1%)가 반수를 넘었다. 이 같은 감소세가 유지된다면 십수 년 내로 이산가족 생존자는 남아있지 않게 된다.



시설은 여전히 남아 있는 가족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시설은 통일부 남북협력기금으로 매년 이산가족 화상상봉시스템 유지보수 계약을 체결해 지난해 기준 1천500여만원을 들이는 등 관리에 힘쓰고 있다. 평시에는 이산가족 민원응대, 이산가족사업 홍보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며 화상상봉장은 매년 장비 상태 확인 및 작동여부를 점검한다.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관계자는 "행사에 진전이 없어 안타까운 심정이며 이산가족분들이 하루속히 북한 가족에 대한 생사를 확인하고 상봉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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