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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기계 처분하러 올까"… 긴장감 흐르는 한국와이퍼 공장

유혜연
유혜연 기자 pi@kyeongin.com
입력 2023-02-23 17:41 수정 2023-02-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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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안산 반월시화공단 내 한국와이퍼 공장 후문 근처. 전날 사측이 반출하려던 기계가 밖으로 나와있다. 2023.2.23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한국와이퍼가 해고를 제외한 채(2월13일자 7면 보도=[이슈추적] 한국와이퍼 사태 A to Z) 본격적인 기업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얼마 전에는 사측이 공장에 있던 기계를 처분하려 반출을 시도하면서 조합원들과 대치 상황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오전 안산 반월시화공단 내 한국와이퍼 공장 후문. 일렬로 세운 승용차들이 출입구를 봉쇄했다. 전날인 22일 오후 2시께 사측이 지게차 등 장비를 끌고 와 프레스 기계 2대를 빼가려 한 탓이다. 당시 조합원 50여 명이 모여 항의하면서 3시간가량 대치 상황이 이어졌고, 물리적 충돌 없이 상황이 마무리됐다.

전날 사측-조합원 3시간 가량 대치
'경영권 행사' 명목 단체협약 무시

앞서 지난 21일 한국와이퍼는 노사 교섭에서 "이번주부터 생산 설비 일부를 공장 밖으로 반출한다"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전하며 청산 개시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노사가 맺은 '2021 고용안전 협약' 내용인 "회사는 청산, 매각, 공장 이전의 경우 반드시 노동조합과 합의해야 한다"를 무시하고 청산에 돌입한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와이퍼는 법원의 '단체협약 위반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나온 "단체협약에 따라 노조와의 합의 없이 조합원들을 해고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 따라 해고는 보류하고 있다. 그러나 판결문 내용 중 경영자의 의무를 꼬집은 부분은 인정하지 않고, 통상적인 '기업 경영권 행사'라는 명목으로 단체협약을 무시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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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안산 반월시화공단 내 한국와이퍼 공장. 조합원들이 공장에서 숙식하며 사측의 일방적인 청산 절차를 저지하기 위해 농성을 벌이고 있다. 2023.2.23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하지만 이는 단체협약 세부 조항을 어기는 것을 넘어 협약 체결 취지를 기만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해당 단체협약은 회사가 청산을 염두에 둔 시점에서 맺은 협약이라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다. 법원은 가처분 신청 인용 판결문에서 "청산을 염두에 둔 고용안정협약으로 보인다… 조합원들의 근로조건 보전을 약속하면서 이 협약서 작성 과정에서 진행된 파업을 종결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에 조합원들도 사측이 자산 처분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항의한다. 10년 동안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강명지(51)씨는 "2018년부터 신차 수주가 줄어들었는데, 사측이 고의로 매출 적자를 유도했다는 점도 드러났다. 지금 일어나는 일이 정당한 청산인지 의문이 든다. 공문 하나만 던지지 말고 제대로 논의를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한국와이퍼분회는 사측이 지적하는 '공장 무단 점거'에 대해 "정당한 노조활동"이라고 피력한 한편, 생산 설비 반출에 대비해 농성을 지속할 계획이다. 장석우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현재 사측이 고용안정협약을 어기고 기계 반출을 하는 것이기에 이를 저지하려는 노조의 농성은 정당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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