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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엔 인분·수도 옆 콘센트… 신축아파트 '날림 끝판왕'

김산
김산 기자 mountain@kyeongin.com
입력 2023-03-09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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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내 신축 아파트가 일부 준공이 지연되고 날림 공사 의혹이 제기돼 피해가 고스란히 입주 예정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이번 달 입주가 예정된 수원시 장안구 '북수원하우스토리' 아파트 단지에서 9일 오후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2023.3.9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어떻게 마련한 신혼집인데, 'X'(인분)이 나오다니요."

지난 4일 수원시 장안구의 한 신축아파트인 '북수원 하우스토리' 사전 점검 날. 예비입주자로 현장을 찾은 30대 신혼부부 정모씨와 예비 신랑은 화장실로 들어선 순간 퀴퀴한 냄새를 맡았다. 주변을 둘러보다 화장실 천장을 들춰 발견한 종이상자 안을 채우고 있던 사람의 배변과 휴지 등이 냄새의 원인이었다.

정씨는 당시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고 했다. 그에게 이 집은 "남편과 신혼집에 정착하기 위해 결혼식도 제쳐 두고 수억을 끌어모아 분양받은 집"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준공 지연(1월10일자 1면 보도=올리다만 아파트, 수분양자 울린다… 경기도 '준공 지연' 피해 속출)으로 입주가 3개월가량 미뤄져 중도금 대출 이자만 수백만 원대로 발생한 데다 이전 거주지 전세계약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이와 관련해 현장 담당자에게 조치를 요구했지만 "미안한 일이지만 '갑질'하진 말라"는 답변만 돌아와 격분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정씨의 설명이다.

수원 장안구 '북수원 하우스토리'
예비입주자 사전 점검 속속 발견


이날 이 같은 소동은 다른 세대에서도 나타났다. 수백만 원대 추가 옵션으로 설치하는 시스템에어컨 설비가 옆집, 윗집 등에 잘못 설치된 세대도 6곳이나 됐다. 전기 콘센트가 설치된 곳에 수도 배관이 겹치면서 화재나 감전 등 안전이 우려되는 하자는 물론 벽지 및 도배 불량으로 군데군데 회백색 표면과 오염물질이 드러난 곳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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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지난 4일 사전점검에서 전기 콘센트와 수도 배관이 겹쳐서 설치된 모습. 2023.3.4 /독자제공

시공사인 남광토건 관계자는 "피해 보상까지는 어려움이 있지만 사전 확인을 제대로 못해 발생한 오시공 부분은 재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인분 박스' 사태 당시의 현장 담당자는 수차례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이처럼 준공 지연으로 입주 일정이 밀린 신축아파트에서 날림공사 논란까지 이어지는 등 입주 갈등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입주 물량이 큰 수도권에서 갈등이 더욱 빈번하다. 고양시 '라피아노 삼송'은 본래 지난 1월이던 준공 예정일이 2개월가량 미뤄졌는데, 이 역시 사전 점검에서 150여개 이상 대규모로 발견된 하자 등 마감공사 미흡이 문제였다.

지난해 9월에서 4개월 미뤄져 지난 1월에서야 사전 점검이 진행된 남양주시 '진접 삼부르네상스 더퍼스트'도 실내에 인분이 방치돼 있거나 전기 배선이 외부에 노출된 모습 등이 발견돼 입주 예정자들의 공분을 샀다.

조치요구에 담당자는 "갑질 말라"
준공지연 등 아파트 입주갈등 증폭


피해를 호소하는 입주 예정자들은 비용 절감에만 몰두한 시공사가 준공 기한을 무리하게 지정한 탓이라고 입을 모은다. 원자재 수급 차질과 자잿값 인상 등만 내세우며 성급하게 준공 절차를 밟고 있다는 것이다.

북수원하우스토리 입주자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물론 빠른 시일 내 입주해야 하지만 적어도 몇 년을 살아야 하는데 휘뚜루마뚜루 공사한 집에 들어갈 수는 없다"고 호소했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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