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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잘못했다고 하면 끝낼텐데" 강제동원 피해 생존자, 기약없는 기다림

김산
김산 기자 mountain@kyeongin.com
입력 2023-03-11 12:24 수정 2023-03-12 18:21

양금덕·김성주 할머니, 국회서 일본 사죄 배상 ...<YONHAP NO-2445>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와 김성주 할머니가 강제동원 정부 해법을 규탄하고 일본의 사죄 배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3.3.7 /연합뉴스

안양시에 거주하는 94세 김성주 할머니는 파킨슨병 징후로 홀로 거닐기 힘든 상태다. 어린 시절 공장 생활을 하며 발을 접질려 크게 다친 후유증 탓에 조금이라도 굽이 있는 신발은 신을 수조차 없는 몸이다. 고령으로 접어들면서는 보청기 없이 소통이 어렵고, 휠체어에 의존해 생활할 수밖에 없어 함께 사는 아들의 간호를 받으며 힘겨운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김 할머니는 지난 7일 아픈 몸을 이끌고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3월8일자 4면 보도='강제징용' 김성주·양금덕 할머니 국회서 통한의 기자회견)으로 나섰다. 80여년이 지난 지금도, 1944년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에서의 기억을 잊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들 앞에서 김 할머니는 아직도 생생한 그 시절의 피해 사실을 털어놓았다. 김 할머니는 강제 노역을 하던 중 사고로 잘린 자신의 손가락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던 일본인 감독관을 떠올리며 "일본놈들이 잘못했다고 말한다면 그걸로 끝내겠는데, 외려 우리한테 의지를 하려는 심보를 갖고 있다"고 소리쳤다.

안양 거주 94세 김성주 할머니
파킨슨병 불편한 몸에도 국회 찾아
1944년 미쓰비시 공장에서의 괴로운 기억
"일본놈들 외려 우리에 의지하려는 심보" 

김 할머니처럼 일제 강점기 국외로 강제 동원된 피해 생존자는 도내에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에 따르면 행정안전부가 특별법에 따라 의료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 생존자 수는 지난 1월 기준 전국 1천264명으로 확인됐는데, 이 중 도민은 209명으로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많았다. 특히 전체 생존자 수는 1년 전(1천815명)보다 551명이 줄고, 10년 전(1만3천854명)에 비해서는 1만명 이상 감소했다. 생존자들의 고령화와 건강 악화 문제가 심각해진 탓이다.

이마저도 국외 동원으로 인한 피해가 확인된 생존자만 집계된 수치이기 때문에 국내 동원 피해 생존자 등 전체 생존자 수는 제대로 파악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생존자들은 김 할머니처럼 피해를 알릴 기회조차 받지 못하고 여생을 보내야 하는 실정이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관계자는 "현재 파악된 피해자들만 해도 대체로 90대 이상으로 건강 문제를 겪는데, 매년 80만원의 의료지원금을 지급받는 데 그쳐 대부분 요양병원 신세를 지는 등 열악한 환경에 있고 정확한 소재 파악도 어렵다"고 했다.

강제동원 피해 생존자 경기도 최다 거주
1년 전보다 551명 감소해 '209명' 불과
생존자들 고령화·소재파악 어려운 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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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왼쪽)와 김성주 할머니가 강제동원 정부 해법을 규탄하고 일본의 사죄 배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3.3.7 /연합뉴스

한편 지난 6일 정부가 발표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안의 '제3자 변제' 방식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외교부는 이날 2018년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3건의 원고 피해자들에게 행정안전부 산하 재단이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하게 하고 민간이 이에 자발적으로 기여하는 기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정작 배상 책임이 있는 일본 기업의 참여가 담보되지 않아 피해자들의 주장을 무시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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