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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시립월전미술관, 봄 기획전 '신도원도' 개최

서인범
서인범 기자 sib@kyeongin.com
입력 2023-03-16 11:14

동아시아의 유토피아인 '도원' 작품 한 자리 전시
전시 출품작 '한국 현대 미술의 도원 이미지' 대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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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장우성 作 '도원', 90 x 147㎝, 종이에 채색, 연도미상. (오른쪽) 석철주 作 '신몽유도원도 22-5', 130 x 194㎝, 캔버스에 먹과 아크릴릭·젤, 2022 /월전미술재단 제공

이천시립월전미술관(관장·장학구)이 2023년 봄 기획전으로 '신도원도(新桃源圖)' 전을 개최한다. 동아시아의 유토피아인 도원 그림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로 이천시립월전미술관 1·2·3·4전시실에서 한국화 대표작가 16인의 작품 40여 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동아시아의 유토피아인 도원(桃源)을 16인의 한국화작가 작품을 통해 조명한다.

복고적 그림인 도원을 과거와 전혀 다른 시각과 표현방식으로 그려낸 '신도원도(新桃源圖)'의 아름다움과 색다른 감각을 선보이려는 의도로 준비됐다.

'도원'이란 장소가 주제이니만큼 출품작은 모두 넓은 의미에서 산수화 혹은 산수인물화에 해당된다. 따라서 현대 한국화에서 전통적인 주제와 제재의 그림이 어떻게 변화하였는가를 보여주는 의미도 지닌다.



서양화를 비롯한 다른 장르에서는 한국화와 달리 상대적으로 도원을 거의 다루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전시의 출품작들은 한국 현대 미술의 도원 이미지를 대변한다.

도원도란 상상 속, 동아시아의 낙원에 해당되는 도원을 주제로 한 그림이다. 4세기 중국의 저명한 시인이자 은둔자였던 도연명(365-427)이 지은 문학작품인 '도화원기'가 그 토대다.

도화원기는 한 어부가 배를 타고 가다가 길을 잃은 뒤 우연히 복숭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도원에 다다른 이야기다. 어부는 그곳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은 뒤 세상으로 돌아왔고, 나중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다시 방문하고자 했으나 찾을 수 없었다.

도화원기는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던 시대를 살았던 도연명이 평화롭고 조용한 낙원에 살기를 꿈꾸며 쓴 작품이었다.

도화원기 속 도원은 동아시아의 이상향으로 여겨지며 후대에 지속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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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이종송 作 '움직이는 산', 46 x 116㎝, 흙벽화기법에 천연안료, 2021. (오른쪽) 유혜경 作 '여러분을 위한 1평', 193.8 x 130.4㎝, 장지에 채색, 2022 /월전문화재단 제공

그 영향을 받은 많은 시인들이 문학 작품을 통해 도화원기의 지평을 넓혀갔으며, 화가들은 도원도를 그려서 이를 시각화했다.

문학과 회화, 두 분야에서 도화원기가 지속적으로 창작의 원동력이 됐던 것이다.

이는 한국에도 영향을 미쳤으며, 조선시대에 '안견의 몽유도원도'와 같은 도화원기의 자극을 받은 그림과 문학작품이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신도원도전 출품 작가 16인은 세대도, 창작의 관점도, 제작기법이나 표현방식도 모두 다르지만 복고적인 주제인 도원을 각자가 과거 수묵채색화의 전통을 주춧돌 삼아 거기에 오늘날의 시대성을 더하고 또 자신의 색깔을 입혔다.

이를 통해 수묵채색과 유화, 사진이란 재료의 경계, 우아함과 세속적이라는 뉘앙스의 경계, 사실과 표현 혹은 구상과 추상이란 지향의 경계, 현실과 상상이란 인식 및 관념의 경계를 넘어선 새로운 도원도, 즉 신도원도를 그릴 수 있었다.

전통적인 성향의 그림인 도원도가 신구가 조화된 화면으로 재탄생하게 된 이유다. '신도원도'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이번 전시는 우리 시대 대표적인 한국화 작가 16인이 그린 도원도를 통해 이제 유행이 한참 지난 것으로 여겨지며 왜곡된 평가를 받고 있는 한국화가 어떤 방식으로 아름다운 화면을 보여줄 수 있는지, 이것이 얼마나 시각적 편안함과 자유로움, 심리적 감흥을 줄 수 있는지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출품작가는 장우성, 석철주, 김대열, 정종미, 이종송, 최순녕, 유혜경, 김호민, 서은애, 권기수, 임택, 박영길, 구본아, 김신혜, 하루K, 박경묵이다.

전시는 오는 23일부터 6월25일까지 3개월여간 진행된다. 

이천/서인범기자 sib@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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