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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욱 전 IPA사장 '실형'… 중대재해 관련 후속 재판에 영향

정운
정운 기자 jw33@kyeongin.com
입력 2023-06-07 20:33

노동계 "사회적 경종"… 경제계 "과도한 처벌"

인천항 갑문에서 2020년 6월3일 발생한 40대 노동자 추락 사망사고와 관련해 7일 최준욱(56) 전 인천항만공사(IPA) 사장이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인천항 갑문 수리공사의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산업안전보건법 위반)로 기소된 최 전 사장은 "시공을 주도해 총괄·관리할 책임이 없고, 실제로도 그렇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항소심과 대법원 최종심 결과까지 지켜봐야 하지만, 국가공기업 사장이 사업장에서 벌어진 안전사고로 실형을 선고받은 건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IPA 사장을 '사업주'로 볼 것인가, '발주자'에 해당하는가다. 인천지법 형사1단독 오기두 판사는 최 전 사장을 '사업주'로 봤다. 갑문 수리공사의 시공을 주도해 총괄·관리해야 할 '지위'에 있었음에도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수리공사를 발주했으나, 시공을 주도해 총괄·관리할 책임이 없었다"는 최 전 사장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오 판사는 ▲갑문 유지·보수가 IPA의 기본적 업무인 점 ▲IPA가 자산·시설·인력 규모 면에서 하도업체보다 월등히 우월한 지위에 있는 점 ▲IPA가 직접 관리하는 사업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점 ▲최 전 사장이 수리공사에 관한 사항을 정기적·지속적으로 보고받은 점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판결문을 보면, 공공기관의 책임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제시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오 판사는 "건설공사 도급을 주된 업무로 하는 공공기관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인 사업주로서의 책임을 더 엄격하게 지워야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헌법 제34조 제6항)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 '사업주' 인정 엄격 잣대 제시
노 "법원 판결 환영… 유족에 위로"
경, 경제 활동 위축시키는 결과 우려


이번 판결은 IPA뿐 아니라 각 공공기관이 진행하는 대형 건설사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에는 인천공항 4단계 건설사업, 인천 신항 1-2단계 조성사업 등 공공기관이 진행 중인 대규모 공사 현장이 많다.

'중대재해 없는 세상 만들기 운동본부' 손익찬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한 실형 선고도 드문 상황에서 이번에 실형이 나온 것은 이례적이며, 앞으로 있을 중대재해 관련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노동계와 경제계는 극명하게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을 내고 "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며 "뒤늦게나마 이번 판결이 유족들에게 위로가 되고 중대재해에 대한 사회적 경종을 울리기를 바란다"고 했다.

또 "이번 판결처럼 산업안전보건법상으로도 엄중한 판결을 내릴 수 있었으나, 그동안 검찰과 법원은 이를 외면했다"고 했다.

경제계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인천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과도한 판결이라고 생각하며 항소심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이러한 판결이 확산하면 어떤 경영자도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 없다.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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