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가기

사람 안 보이는 '만석·화수해안산책로' 선박해체 업체 때문?

김주엽
김주엽 기자 kjy86@kyeongin.com
입력 2023-06-20 20:06 수정 2023-06-20 20:40

DSC_9032
준공 1년 6개월만에 산책로 지반침하와 난간 뒤틀림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만석·화수해안산책로에서 20일 허종식 국회의원과 장정구 생태역사공간연구소 공동준비위원장이 탁구공을 이용해 해안산책로의 기울기를 보고 있다. 2023.6.20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인천 동구청이 조성한 '만석·화수해안산책로'가 설치된 지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난간이 훼손되고, 땅이 내려앉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20일 오전 11시30분께 찾은 만석·화수해안산책로의 철제 난간 중 일부 구간이 부서진 채 방치돼 있었다. 바다 쪽으로 커다란 구멍이 생긴 난간에 통제선 역할을 하는 테이프를 붙여 놓았지만, 밤중에 이곳을 지난다면 사고가 날 수도 있어 보였다. 남아있는 철제 난간도 위태로워 보였다. 손으로 살짝 난간을 잡아당겼는데도 난간이 크게 흔들렸다.

산책로 역할을 하는 보도도 곳곳이 갈라져 있었다. 경계석과 보도는 손가락 한 마디가 들어갈 정도로 벌어져 있었다. 보도에 탁구공을 놓자 바다 쪽으로 빠르게 굴러갈 정도로 지반이 기울어진 상태였다.

2년도 안돼 난간 흔들·지반 침하
일각 계선주 설치 하중 원인 지적
허종식 "계류인정구역 해제 촉구"


동구청은 주민들을 위한 친수 공간을 만들기 위해 약 79억원의 예산을 들여 2.42㎞ 길이의 만석·화수해안산책로를 조성했다. 난간이 망가지고 땅이 내려앉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산책로는 지난해 1월 완공한 2단계 구간(0.9㎞)이다.

동구청은 산책로가 망가진 것이 인근에 있는 선박 해체 업체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바다에서 해체한 선박 부품들을 크레인 등의 장비를 이용해 육상으로 이동시키면서 난간이 훼손됐다는 것이다. 일부 부서진 난간은 선박 해체 업체가 작업상 편의를 위해 고의로 떼어낸 것으로 확인됐다는 게 동구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일각에선 선박 해체 업체가 난간이 있는 곳에 계선주(선박을 고정하기 위해 밧줄을 묶는 말뚝)를 설치하면서 선박의 하중을 견디지 못해 산책로 지반이 내려앉는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산책로가 망가지는 것을 막기 위해 업체들이 선박 해체 작업을 하지 못하도록 이 일대를 계류인정구역에서 해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계류인정구역은 선박이 접안할 수 없는 곳에 임시로 선박을 댈 수 있도록 허용한 해역을 뜻한다. 계류인정구역에서 해제되면 선박을 장기간 접안하기 어려워 선박 해체 작업도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이날 현장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허종식(인천 동구·미추홀구갑) 국회의원은 "주민들을 위해 조성된 해안산책로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예산을 낭비한 사업이 될 상황"이라며 "이 일대를 계류인정구역에서 해제할 수 있도록 정부에 촉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동구 관계자는 "훼손된 산책로는 보수를 진행할 계획이고, 산책로 주변이 계류인정구역에서 해제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에 건의할 방침"이라고 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 키워드

경인 WIDE

디지털스페셜

디지털 스페셜

동영상·데이터 시각화 중심의 색다른 뉴스

더 많은 경기·인천 소식이 궁금하다면?

SNS에서도 경인일보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