얕은 바다나 갯벌 등에 몰래 들어가 해산물을 잡아가는 외지인들의 무분별한 '해루질' 탓에 어민들의 속이 시커멓다. 최근엔 인명 피해 사고가 잇따르면서 사회 문제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뒤늦게나마 해루질을 단속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어민들이 시름을 덜게 될지 주목된다.
갯벌은 어민들이 생계를 잇는 터전이다. 하지만 외지인들의 해루질이 도를 넘으면서 마을어장이 황폐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천의 대표적인 해양 관광지인 옹진군 영흥도는 서울 등지에서 해루질을 하러 오는 이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참다못한 어민들은 밤마다 갯벌에 나가 불침번까지 서고 있다. 해루질을 하러 영흥도 내리 일대를 찾는 외지인만 해도 평일은 20~30명, 주말에는 70~80명에 이른다고 한다. 불침번을 서는 영흥도 내리 어촌계 어민들이 확성기 사이렌을 울리거나 라이트를 켜며 갯벌 출입을 제지하고 있으나 이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들은 수산물 무단 채취도 모자라 마을어장까지 마구잡이로 훼손하고 있다. 어민들은 갯벌에 바지락 등 조개류 종패를 뿌려 놓고 키운다. 한 어민은 며칠 전에 애써 뿌려놓은 종패들을 밟아놔 모두 죽게 생겼다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한밤중 해루질은 매우 위험하다. 이달 8일 영흥도에선 새벽에 갯벌에서 해루질을 하던 60대 여성이 고립돼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갯벌에는 움푹하게 파인 갯골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바닷물이 갑자기 밀려 들어오면 발을 헛디뎌 익사 사고를 당할 수 있다. 야간이나 안개가 많이 낀 날은 더욱더 위험하다. 앞서 지난 4일에는 인천 중구 무의도 해수욕장 인근 바다에서 해루질을 하던 40대 남녀 2명이 밀물에 고립돼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인명 사고가 잇따르자 인천해양경찰서는 급기야 연안해역 안전사고 위험예보제 '주의보' 단계를 발령하기도 했다. 해경은 갯벌 고립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육·해상 순찰을 강화하고 긴급 출동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해루질 폐해를 막기 위한 '수산자원관리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인천 옹진군청 등이 관련 조례 제정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이참에 어민들의 생업을 위협하고 갯벌 고립사고까지 나는 마구잡이식 해루질이 근절될 수 있도록 고강도 대책이 마련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