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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상륙작전 기념사업 확대에 "월미도 살고파" 실향민 한목청

박경호
박경호 기자 pkhh@kyeongin.com
입력 2023-07-04 18:46 수정 2023-07-04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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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덕 월미도 원주민 귀향대책위원장이 4일 인천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세미나실에서 열린 '월미도 미군 폭격 민간인 희생, 아직 우리가 함께할 이야기들' 토론회에서 월미도 실향민의 귀향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2023.7.4 /월미도 원주민 귀향대책위원회 제공

인천시가 올해부터 인천상륙작전 기념사업을 대대적으로 확대하자, 상륙작전 당시 폭격 피해를 입고 터전까지 잃은 인천 월미도 실향민들의 귀향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월미도 원주민 귀향대책위원회는 4일 오전 인천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세미나실에서 '월미도 미군 폭격 민간인 희생, 아직 우리가 함께할 이야기들'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장을 찾은 월미도 실향민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오랜만에 만나 서로 안부를 묻고, 더 늦기 전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월미도 실향민 상당수는 80대 이상 고령이다.

市, 내년 예산 34억까지 늘리기로
귀향대책위, 토론회서 대책 촉구
특별법 폐기·조례도 제한적 지적

미군은 1950년 9월15일 인천상륙작전 닷새 전부터 상륙지점인 월미도에 네이팜탄 등 폭격을 퍼부었다. 이 과정에서 100명 이상의 월미도 주민이 희생됐다. 섬에서 도망쳐 살아남은 주민들은 월미도에 미군 부대가 주둔하면서 집으로 다시 돌아가지 못했다. 1971년 미군 부대가 철수하자 다시 해군이 주둔했고, 2001년 해군이 떠난 땅은 인천시가 매입해 월미공원을 조성했다.

월미도 원주민들은 1950년대부터 귀향 대책을 지속해서 요구해 왔지만, 현재까지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한인덕 월미도 원주민 귀향대책위원장은 "최근 인천시가 (재외동포청 유치를 계기로) 재외동포들은 환영하고 인천 시민으로서 송도로 모신다고 하는데, 대한민국 인천이 생길 때부터 토박이인 월미도 원주민들은 안 챙긴다"며 "지금이라도 귀향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정부나 인천시 차원의 월미도 실향민 귀향 대책은 사실상 막혀 있다. 2000년대부터 인천지역 국회의원 주도로 3차례 월미도 원주민의 피해 보상 등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이 발의됐으나, 번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됐다.

인천시가 지원사업을 추진할 근거를 담은 조례도 정부의 반대 입장에 막혀 10년 가까이 표류하다 2019년에야 생활안정지원금 지급 등 제한적 내용으로 제정됐다. 폭격 희생자 위령비는 2021년 월미공원에 세워졌다. 위령비 건립에만 70년이 걸린 셈이다.

이날 토론회는 귀향 대책 추진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중심이 됐다.

토론자인 안병배 전 인천시의원은 "월미도 한국이민사박물관 인근 아직 활용되지 않은 국공유지(옛 해군 관사)가 있는데, 원주민들이 귀향할 땅으로 적합해 보인다"며 "법률상 귀향 대책이 어렵다면 인천시라도 정무적 판단으로 계속해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꾸 두드리다 보면 정부도 해결할 의지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토론회를 참관한 인천시 전종근 보훈정책과장은 "미군 폭격과 관련한 구술 채록을 다시 시작하고 있다"며 "자료를 최대한 모으고, (귀향대책위원회 등과) 많이 대화하면서 방법을 찾아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시가 올해 28억원을 투입해 대대적으로 확대하는 인천상륙작전 기념사업 관련 의견도 나왔다. 인천시는 내년부터 국비 추가 확보 등을 통해 기념행사 예산을 34억원까지 늘리는 등 국제행사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월미도 폭격 피해자에 관한 행사는 위령비 헌화 정도다.

박원일 인천중·동구평화복지연대 전 사무국장은 "인천상륙작전은 승리의 역사, 즉 주류의 역사만 기록하고 있다"며 "역사에 명(明)이 있으면 암(暗)도 있기 때문에 인천시는 인천상륙작전에서 피해 당한 시민이 있다는 사실을 놓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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