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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리뷰] 실학박물관 특별 기획전 '동백꽃은 지고 봄은 오고'

구민주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입력 2023-07-09 19:08

가족·형제를 그리워한 인간 정약용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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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학박물관 특별기획전 '동백꽃은 지고 봄은 오고 -유배지에서 쓴 정약용의 시와 편지' 전시 전경.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다산 정약용은 1801년 신유박해에 연루돼 먼 유배길을 떠난다. 자그마치 18년의 유배생활을 한 그는 수백 권의 저서를 남겼다. 정약용이 유배지의 힘든 환경 속에서 좌절하지 않고 학자로서 삶을 견고하게 지켜올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 있었을까.

유배지에서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는 속죄의 마음이 담겨 있었고,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 녹아있었다. 이는 곧 백성에 대한 마음으로 승화돼 수많은 저서를 쏟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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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서 쓴 시·편지로 본 다산의 삶
속죄 마음·이별의 순간 등 심경 담아
부인 홍혜완과 애틋한 감정도 오롯이


정약용의 인간적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전시 '동백꽃은 지고 봄은 오고'가 실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는 유배지에서 쓴 정약용의 시와 편지를 통해 그의 삶을 살펴보며 학문적 업적보다 개인 정약용의 모습에 초점을 두고 있어 좀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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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학박물관 특별기획전 '동백꽃은 지고 봄은 오고 -유배지에서 쓴 정약용의 시와 편지' 전시 전경.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정약용에 대한 끊임없는 모함은 정조가 죽고 난 후 유배로 이어지게 됐다.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강진으로 향하는 길에 가족과 친지, 형제와 이별하는 순간의 심경을 읊어낸 시는 안타깝고 애끓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누구도 반기지 않는 유배객의 신세가 된 정약용은 18년의 세월을 강진에서 보냈는데, 외가 친척의 도움으로 옮긴 거처가 바로 '다산초당'이다. 보물로 지정된 '다산사경첩'은 정약용이 다산초당에 조영한 다조·약천·정석·연지석가산에 대해 읊은 칠언율시로 그의 서풍을 확인할 수 있다.

전시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섹션은 3부 '홍혜완의 남편'이었다. 홍혜완과 정약용은 60년의 세월을 함께 했다. 자식들이 마련한 회혼례(결혼 60주년에 다시 치르는 혼례)를 사흘 앞두고 자신의 결혼생활을 돌아보며 부인에게 바치는 '회근시'를 썼던 정약용은 안타깝게도 회혼례 당일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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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학박물관 특별기획전 '동백꽃은 지고 봄은 오고 -유배지에서 쓴 정약용의 시와 편지' 전시 전경.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이 섹션에서 볼 수 있는 '하피첩'은 부인 홍씨가 결혼 30주년을 맞아 유배지의 남편에게 보낸 그리움을 담은 시와 혼례 때 입은 붉은 비단 치마에 정약용이 아들들에게 전할 글을 적어 첩으로 엮은 것이다.

네 첩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하피첩은 현재 세 첩만 전해지는데, 집안의 부모와 형제간 화목을 강조하고 근면 검소한 삶의 자세를 갖추길 당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와 함께 홍씨가 유배지에서 추운 겨울을 나고 있을 남편을 걱정하며 보낸 시도 감상할 수 있다.

정약용과 홍혜완 사이에는 6남 3녀의 자녀가 있었다. 안타깝게도 4남 2녀가 먼저 세상을 떠났으며, 아버지로서 죄책감에 괴로워한 정약용은 대부분 아이를 천연두로 잃은 아픔을 토대로 '마과회통'을 저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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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학박물관 특별기획전 '동백꽃은 지고 봄은 오고 -유배지에서 쓴 정약용의 시와 편지' 전시 전경.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장남 유산 정학연의 친필 시집인 '이암추음권', 둘째 아들 학유가 지은 가사 '농가월령가', 하피첩을 만들고 남은 천으로 그림을 그리고 시를 적어 시집간 딸에게 선물한 '매화병제도' 등 아버지로서 정약용의 모습을 4부에서 볼 수 있다.

이어 마지막 '그리운 형제'에서는 정약용이 '나를 알아주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표현한 둘째 형 정약전과의 형제애를 다루며, 서로 주고받은 안부와 그리움, 공유했던 학문적 관심사 등에 대해 들여다본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학자 정약용을 넘어 그의 삶 바탕에 있었던 가족과 형제에 대한 다정하고 애틋한 마음까지 전해질 이번 전시는 9월 10일까지 계속된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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