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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존재감 없는' 인천 무더위쉼터

백효은
백효은 기자 100@kyeongin.com
입력 2023-07-27 20:03 수정 2023-07-27 20:08

안내 부족·실제 위치랑 달라… 시민들 찾기 힘들다

주안3동 행정복지센터 무더위쉼터 알림판
27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동의 한 행정복지센터 입구에 무더위쉼터 표지판이 부착되어있다. 이 무더위쉼터는 별도의 공간없이 행정복지센터 민원실을 쉼터로 사용하고 있지만 내부에는 안내문이 없어 이곳을 찾은 주민은 없었다. 2023.7.27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무더위쉼터요? 어디에 있죠?"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27일 오전 9시 50분께 무더위쉼터를 운영 중인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 한 행정복지센터. 건물 밖에 붙어 있는 무더위쉼터 표지판을 보고 건물로 들어가 1~2층 내부를 살펴봤지만, 무더위쉼터가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건물 내부 어디에도 무더위쉼터 안내문은 없었다.

1층에 있던 행정복지센터 직원에게 물었더니 무더위쉼터로 별도의 공간을 마련한 것이 아니라 행정복지센터 내부가 쉼터로 이용되는 곳이라는 안내를 받았다. 이날 낮 기온이 30℃가 넘는 무더운 날씨에도 더위를 피하려 이곳을 찾은 주민은 없었다.

행정복지센터 주변에선 야외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 노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주민 A(74)씨는 왜 무더위쉼터에 가지 않느냐는 질문에 "무더위쉼터가 무엇이냐. 그런 건 행정복지센터에 가서 물어보라"고 답하며 연신 부채질을 했다. 이어 "너무 더울 때 그늘을 찾아다니는데 더위가 쉽게 가시질 않는다"고 토로했다.

1325곳 운영 불구… 나무그늘 휴식
10개 군구 정보 市홈피·앱 '무용지물'
어르신들 위한 맞춤형 홍보 절실


전날 오후 2시 30분께 찾아간 동구 만석동 한 아파트 경로당 무더위쉼터는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나온 주소와 실제 위치가 달랐다. 포털에서 안내하는 주소로는 아파트 후문에 있는 상가 건물에 경로당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 안으로 10분이나 더 걸어가야 경로당이 나타났다. 잠깐 걸었는데도 금방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아파트 단지 내에도 무더위쉼터가 아닌 나무 그늘에 앉아 있는 주민들이 많았다. 집이 너무 더워 잠시 나왔다는 주민 B(72)씨는 "경로당은 회원이 아니면 잘 가지 않게 된다. 다른 무더위쉼터들은 어디에 있는지 잘 몰라 가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간석2동 주민사랑방 무더위쉼터 쿨매트
사진은 간석2동 주민사랑방 무더위쉼터 쿨매트 모습. 2023.7.27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에서 운영 중인 무더위쉼터는 지난달 말 기준 1천325곳이다. 인천 10개 군·구에 있는 무더위쉼터 정보는 인천시청 홈페이지, 국민안전재난포털, 행정안전부가 운영 중인 안전디딤돌 앱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이를 아는 시민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일부 무더위쉼터에선 자원봉사자들이 거리로 나서 홍보활동을 펴기도 한다. 27일 오전 11시께 남동구 간석동 한 무더위쉼터 근처 골목에선 봉사자들이 노인들에게 쉬었다 가시라고 권하고 있었다. 오는 9월까지 무더위쉼터를 운영한다고 알리는 커다란 현수막도 건물 밖에 붙어 있었다.

자원봉사자로 나선 통장 C(48)씨는 "무더위쉼터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어르신이 많다"며 "젊은 사람들은 인터넷이나 앱 검색을 통해 무더위쉼터를 잘 찾아다닐 수 있지만, 노인들은 그렇지 못하다. 맞춤형으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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