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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 70주년, 문화로 기억하다·(1)] 경기도박물관 특별전 '두 얼굴의 평화, DMZ'

구민주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입력 2023-07-30 19:41 수정 2023-07-30 20:38

낡은총·군모… 4㎞ 사이 묻혀있던 전쟁의 상흔

"전쟁은 인간의 마음속에서 생기는 것이므로 평화의 방벽을 세워야 할 곳도 인간의 마음속이다." (유네스코 헌장 부분)

비무장지대(DMZ)는 6·25 한국전쟁 이후 1953년 7월 유엔군과 공산군의 정전협정 결과로 만들어진 곳이다. 군사력을 동원해 무장하지 못하는 이 지역은 군사분계선에서 남북으로 각각 2㎞씩 펼쳐져 있다.

경기도박물관에서 열리는 특별전 '두 얼굴의 평화, DMZ'는 여전히 전쟁과 분단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DMZ의 의미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전시이다.

군사분계선에서 남북 각각 2㎞ 지대
백마고지 전사자 유품·역사유적 소개
국내에 없는 정전협정 복제본 전시도
실태조사 성과 사진 등… 10월15일까지


비무장지대이지만 무장을 한 이들이 지키고 있는 곳이자,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평화로운 자연 생태계 공간인 동시에 전쟁으로 인한 비극의 잔해와 상흔으로 가득한 장소가 바로 DMZ이다.

2020~2021년 문화재청·경기도·강원도가 합동으로 진행한 '한반도 비무장지대 실태조사'의 성과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DMZ에서 발굴하고 수습한 전사자들의 유품을 중심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깝고 숙연한 마음을 가지게 하면서도, 말로만 전해 듣던 '전쟁의 비극'을 직접 피부로 느끼게 한다.



두 얼굴의 평호 DMZ
경기도박물관 특별전 '두 얼굴의 평화, DMZ'의 전시 전경.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전시장에는 가장 먼저 사진 속에서 쌍안경을 쓴 북한군의 시선을 따라 군사분계선 표식 옆에 서 있는 병사의 사진이 보인다.

이러한 분단의 현실을 넘어 1부 '끝나지 않은 전쟁' 섹션에 들어서면 소련과 미국에서 만들어진 슈파긴 기관단총과 MI 소총, 전쟁 때 뿌려진 선전물 삐라, 유엔군이 돌아갈 때 기념으로 가져갔던 아리랑 스카프 등을 볼 수 있다. 또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정전협정 본문(복제본)을 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이 정전협정서는 유엔군 대표와 북한군·중공군 대표들이 서명했기 때문에 한국에는 원본이 없다.

이어 2부 '두 얼굴의 DMZ'에서는 정전 이후에 최초로 진행한 '한반도 비무장지대 실태조사'의 결과를 전시장 벽면 가득 펼쳐놓고 DMZ의 안보와 역사유적, 생태환경을 함께 소개한다. 특히 이 섹션에서는 철원의 화살머리고지와 백마고지 전투의 전사자 여섯 분의 유품을 볼 수 있는데, 백마고지에서 전사한 고(故) 편귀만 하사의 총과 군모, 군화 등은 물론 그의 이름이 새겨진 만년필과 전사자신원확인통지서, 호국영웅패 등도 전시돼 있다.

두 얼굴의 평화 DMZ
경기도박물관 특별전 '두 얼굴의 평화, DMZ'의 전시 전경.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치열한 전투 끝에 목숨을 잃은 이들이 지니고 있던 여러 유품은 전시를 보는 내내 마음의 빚처럼 남았다. 낡은 총과 군모, 군화, 총탄과 포탄의 잔해는 물론, 맥주와 콜라병, 컵과 숟가락·밥그릇, 칫솔과 빗 등 위생품과 약병, 시계와 안경 등 전시장 곳곳을 채우고 있는 유품들은 전쟁에 나선 전사자들이 모두 사용하던 것들이다.

전시를 구성하는 많은 유품의 존재는 학도병으로 목숨을 잃은 이우근이 어머니에게 쓴 편지에서 '어머님! 전쟁은 왜 해야 하나요?'라는 문구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두 얼굴의 평화 DMZ
경기도박물관 특별전 '두 얼굴의 평화, DMZ'의 전시 전경.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이 밖에도 3부 '내일을 위한 기억'에서는 6·25 전쟁에 전투부대와 의료지원을 해준 국제연합군의 희생을 기억하는 기념비 등을 소개하며, 4부 'DMZ 실태조사 성과 순회사진전'에서는 가장 최근에 촬영된 DMZ의 사진들을 만날 수 있다. 또 우리가 볼 수 없는 DMZ 안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낸 박종우 작가의 다큐멘터리 사진들도 눈여겨 볼만하다. 전시는 10월 15일까지.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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