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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는 악성민원, 학교는 나몰라라"… 교권보호 대책은 남일 같은 운동부코치

조수현
조수현 기자 joeloach@kyeongin.com
입력 2023-08-07 19:42 수정 2023-08-07 19:46

경기도 내 한 학교에서 양궁 종목 운동부 지도자(코치)로 일하는 A씨는 근래 학교에서 "'영혼 없이' 일해야 할 때가 많다"고 호소했다.

학생들의 입상을 위해 대회 출전 기회를 늘리고, 더 나은 조건에서 훈련받게 해달라는 학부모들의 요구가 높은 반면 예산이 빠듯한 학교 측 입장을 전해야 하는 '낀 존재'일 때가 많아서다. 그럴 때면 감정을 비운 채 '영혼 없는'듯이 일해야 그나마 속이 편하다는 것이다.

그는 "대회 결과가 좋을 때와 달리 좋지 않을 때면 일부 학부모는 '코치가 문제이니 교체해달라'며 근거 없는 민원을 제기한다. 이런 것은 견디기도 힘든 일인데 학교는 해당 학부모와 잘 해결하라는 식으로 대응하고 만다"며 "학교 측 입장에 문제를 제기하자니 1년짜리 '파리 목숨'이라 그러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교사들의 '교권회복' 요구가 빗발치며 교육당국이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교원지위법' 밖에 있는 도내 학교운동부지도자들은 보호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년마다 고용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탓에 '악성 민원' 등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성적 좋지 않으면 지도자 교체 요구
"알아서 해결하라"… 채용기관 뒷짐


7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기준 도내 초·중·고 학교운동부 전임지도자와 일반지도자 등 학교운동부지도자는 총 873명이다. 이 가운데 부모들의 후원금으로 대부분 급여를 충당하는 일반지도자와 달리, 도교육청과 해마다 고용 계약을 맺고 주로 '비 인기종목'을 전담하며 고용불안을 호소하는 전임지도자는 500명 내외 수준이다.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교사 죽음 이후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개정 등 교사를 제도적으로 보호할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1년마다 고용계약… 문제 제기 못해
'교원지위법' 개정 적용 대상도 제외


하지만 공무원 신분인 정규직 교사와 달리 운동부지도자들은 적용 대상이 아닌 점에서 이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 고용불안 해소도 시급한데, 교육당국 차원에서 논의되는 보호책의 적용도 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이들에게 크기 때문이다.

경기남부 지역 한 학교의 육상부지도자는 "목소리를 모을 인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제도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는 운동부지도자들을 위한 보호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운동부지도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TF(태스크포스)팀도 만들어 시간외수당 지급 등에 대해 논의 중"이라며 "보호 조치 요구도 나오고 있어 추후 단체 교섭에서 그런 방안을 만들 수 있도록 건의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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