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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술잔 투척 무혐의' 김용진 전 경기도 경제부지사, 1년 뒤 밝히는 그날의 진실

신지영·신현정
신지영·신현정 기자 sjy@kyeongin.com
입력 2023-08-10 13:10 수정 2023-08-10 15:13

강을 건넜으면 뗏목을 버리시라… 김동연 지사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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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술잔 투척 논란'으로 사퇴키로 한 김용진 전 경기도 경제부지사가 당시 김동연 경기도지사에게 보낸 메시지. 그는 진실공방 대신 경기도정을 위해 사퇴를 결정했다. 1년이 지나 그는 "이제야 진실을 밝힌다"며 술잔 투척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신지영 기자sjy@kyeongin.com

 

"약한 모습 보이지 마세요. 강을 건넜으면 뗏목은 버려야 합니다. 뗏목은 또 쓰임새가 필요한 시기가 언젠가는 반드시 올 것입니다. 그때 쓰시면 됩니다. 대통령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던 김동연을 기억합니다"(김용진 전 경기도 경제부지사가 김동연 경기도지사에게 보낸 메시지)

김용진 경기도 경제부지사는 사퇴 결심을 굳혔다. 토요일 하루 국회의원 십 여명, 가까운 지인 여럿과 이 문제를 두고 상의했다. 9할 이상이 "버티라. 싸우라"는 조언을 건넸다. 하지만 그는 부지사직을 던지기로 했다. 김동연에게, 경기도정에 부담이 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1년 전 이맘때 일이다. '술잔 투척 논란'으로 김 전 부지사가 사퇴 결심을 했다는 소식을 들은 김 지사는 큰 충격을 받아 시름시름 앓았다. 김 전 부지사는 문자 메시지로 그에게 '나를 버리시라'고 말했다.

"제가 경기도 부지사를 하기로 한 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런데 저 때문에 (김동연 지사에게)도움은 커녕 부담이 생긴다니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직을 던지기로 한 겁니다"
남종섭 대표와의 언쟁… 곽미숙 대표에게
사과 의사 밝혔으나, 다음날 경찰 고발 당해

사건 후, 김동연 지사에 사퇴 의사 밝혀
"김동연 지사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명예훼손·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 검토
■'술잔 투척 논란' 1년



시계를 거꾸로 돌려 지난해 7월 말. 민선 8기 김동연호(號) 출범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경기도정은 '경제부지사의 술자리'로 떠들썩했다. 김용진 전 경기도 경제부지사가 임명 하루 전날 경기도의회 원 구성을 위한 여야 교섭단체 대표단 만찬 자리에서 술잔을 던졌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당시 곽미숙 도의회 국민의힘 대표의원은 김용진 부지사를 특수폭행 등 혐의로 고소했고 동석했던 남종섭 도의회 민주당 대표의원의 침묵이 이어지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결국, 김용진 부지사는 취임 사흘 만에 부지사를 내려놓고 도청을 떠났다.

그렇게 1년 뒤, 김용진 전 부지사는 '술잔 투척' 관련 사실관계 정정을 요구, 곽 전 대표를 향해 공개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술잔 투척은 사실이 아니며 경찰 조사에서도 '무혐의'로 결론이 내려졌기 때문. 이미 사건은 1년이 흘렀지만, 김용진 전 부지사는 "이제라도 사실을 밝혀야겠다"며 굳은 결심을 내비쳤다.

■김용진 전 부지사가 밝힌 사건 전말

김 전 부지사가 경인일보와 만나 밝힌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해 7월27일 용인시 기흥구의 한 음식점에서 김 전 부지사와 남종섭 대표, 곽미숙 대표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비공개 회동을 했다. 김 전 부지사의 맞은편에 곽 대표가, 옆자리에 남 대표가 앉았다. 도의회 원 구성 관련 얘기를 나누던 중 언쟁이 김 전 부지사와 남 대표 사이에서 불거졌다. 두 사람이 탁자를 내리쳤고 분위기가 싸해지자, 곽 대표는 음식점을 떠나 고양시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김 전 부지사는 "그 자리에서 곽 대표와 언성을 높이거나 이런 것은 없었다. 임명 첫날부터 싸우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지 않나. 곽 대표가 갑자기 떠난 뒤 (곽 대표에게)통화를 시도하면서 고양까지 따라갔다"며 "곽 대표한테 마음을 가라앉히고 잘못했다 사과했다. '꼭 드리고 싶은 말도 있고 듣고 싶은 말도 있다'고 말한 뒤, 이틀 뒤 둘이서 만나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기로 약속도 다시 잡았다"고 말했다. 김 전 부지사는 이렇게 상황이 마무리된 줄 알고 집으로 귀가했다.

하지만 다음날 상황은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김 전 부지사가 비공개 회동에서 곽 대표한테 술잔을 던졌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곽 대표는 김 전 부지사를 만나지 않은 채 김 전 부지사를 특수협박, 특수폭행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것.

김 전 부지사는 "곽 대표한테 술잔을 던진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이미 언론에서는 술잔 투척에만 관심이 집중됐고 나의 입장을 받아 써주는 곳이 거의 없었다"며 씁쓸해했다.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막막했던 김 전 부지사는 여러 곳에 조언을 구했다. 모두 김 전 부지사에게 "일단 버텨야 한다"는 막연한 말만 되풀이했고 김 전 부지사의 결심은 사퇴 쪽으로 기울게 됐다는 설명이다.

■"강을 건넜으면 뗏목은 버려야 한다"

김 전 부지사는 민선 8기 첫 경제부지사 취임 사흘 만인 지난해 7월 31일 '경기도 경제부지사 직을 사임합니다'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는 "모두 자신의 책임이다. 도의회가 하루빨리 정상화되길 바란다"며 자리를 내려놨고 김동연 지사는 다음날 김 전 부지사의 사의를 수용했다. 경기도정을 뒤흔든 '술잔 투척 논란'은 6일 만에 끝이 났다.

김 전 부지사가 당시 '진실공방' 대신 '사퇴'를 택한 배경에는 김동연 지사가 있었다. 도의회 원 구성 합의는 불투명하고 도의회 사상 유례없는 여야 동수와 함께 가야 하는 김동연 지사 도정의 앞날을 자칫 자신이 막을 수도 있다는 판단이었다. 더욱이 아무런 대책 없이 경제부지사 자리를 차지하며 버티는 것 또한 김 전 부지사의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는 "경제부지사 사퇴를 결심한 뒤 김동연 지사한테 자신이 물러나면 바로 후임 경제부지사를 임명하고 앞으로 직진해 나가셔야 한다고 말했다"며 "더는 김동연 지사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김동연 지사는 하루 만에 김 전 부지사의 사의를 수용하고 바로 그 다음 날 경제부지사를 내정했다. 김 전 부지사의 결심으로 경기도와 도의회 간 논란은 금세 잠잠해졌고 제11대 도의회는 김 전 부지사 사퇴 10일 만에 원 구성에 합의했다.

김 전 부지사는 "이제라도 사실을 밝히고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 명예 훼손을 비롯해 지난 1년간 경제부지사를 내려놓게 되면서 발생한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강경 대응 의지를 전했다.

/신지영·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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