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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숨진 샤니 노동자는 두 딸 둔 55세 워킹맘… 유족 "대책 진정성 없다" 울분

김산
김산 기자 mountain@kyeongin.com
입력 2023-08-11 12:11 수정 2023-08-23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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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성남 샤니 제빵공장 끼임 사고 당시 사망자가 입고 있던 작업복. 2023.8.11 /유족 제공

SPC 그룹 계열사인 성남 '샤니' 제빵공장에서 끼임 사고를 당한 노동자가 입원 이틀 만에 끝내 숨진(8월11일 5면 보도='샤니 제빵공장 끼임 사고' 응급수술 받았던 50대 결국 숨져) 가운데, 숨진 55세 여성은 두 딸을 둔 어머니로 매일 새벽같이 작업장을 나서며 여태 하루도 근무를 빠지지 않으려 열심히 일해왔다고 전해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유족 측은 사측의 진정성 있는 사과나 대책이 없어 갈등을 빚은 탓에 사망 판정 후 이틀 동안 장례 절차마저 확정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샤니에 10여년간 근무 "책임감 컸던 사람"
유족, 빈소도 못 갖춘 상황서 사측과 갈등
"담당자 직접 나서 책임지는 모습 보여야"

작년 10월 'SPL 사고' 재발방지 투자 약속
기자회견 1년도 채 안돼 또 유사한 비극


11일 성남중원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8일 성남시 중원구 샤니 제빵공장 노동자 고모(55·여)씨가 작업현장에서 기계에 끼이는 사고를 당해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잠시 호흡과 맥박이 돌아왔던 고씨는 응급수술을 받기도 했으나, 끝내 사고 이틀 뒤인 전날 낮 12시30분께 목숨을 거뒀다. 고씨는 2인 1조로 작업을 하던 중 부품을 교체하기 위해 반죽 기계에 들어갔다가 끼임 사고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50대 택시기사 남편, 20대 두 딸과 함께 네 가족을 이룬 고씨는 샤니에 근무한 10년여 동안 하루도 안 빠지려 열심히 출근해온 것을 가족에 자랑스레 얘기해왔다고 한다. 새벽 5시께 집을 나서 저녁 8시가 되어서야 귀가했다는 고씨는 야간 택시운행을 하는 남편 A씨와 낮밤 교대로 집안일을 맡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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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성남 샤니 제빵공장 끼임 사고 당시 사망자가 입고 있던 작업복. 2023.8.11 /유족 제공

A씨는 "(고씨는) 가족에게 웬만하면 하루도 안 빠지고 열심히 일할 것이라 종종 말해왔고, 일에 대한 책임감도 컸던 사람"이라며 "사고 당시 흔적이 묻어 있는 작업복도 아직 갖고 있는데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두 딸을 남기고 가정에 완전히 날벼락이 친 상황"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유족들은 사측의 진정성 있는 사과나 대책이 보이지 않아 빈소도 차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첫 만남에서 아무런 대책이나 진정성 있는 약속, 사과를 전해 듣지 못했다"면서 "얼마나 열심히 일해 온 사람인데 이 상황을 고인에 대한 예우를 갖췄다 할 수 있나. 책임질 수 있는 담당자가 직접 나서 책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사고 발생 이틀 만에 사망 판정이 내려져서야 유족은 사측과 처음으로 향후 절차 관련 소통을 시작했던 상황이다. 이와 관련 SPC 관계자는 "당시는 막 유족 측 의견을 듣는 단계로, 회사 입장에서 유족분들에게 (진정성이 없을) 그럴 이유가 없었다"며 "최대한 협조적으로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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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계열사인 샤니 제빵공장에서 끼임 사고로 50대 근로자가 숨진 사고와 관련, 경찰이 사고 사흘째인 11일 원인 규명을 위한 강제 수사에 돌입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경기도 성남시 샤니 공장 모습. 2023.8.11 /연합뉴스

한편 지난해 10월 SPC의 다른 계열사인 평택 SPL에서는 20대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SPC는 허영인 회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사과를 하고 1천억원을 투자해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번 사고가 발생한 성남 샤니 제빵공장에서도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작업자들이 기계에 손가락이 끼여 각각 절단·골절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재발방지 약속이 1년도 안 된 시점에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사고와 관련해 SPC는 입장문을 내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분들께 거듭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관계 당국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과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고씨 동료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형사 입건해 조사하는 한편 공장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안전 수칙 위반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도 사고 원인과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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