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시 상패동의 한 교회 첨탑이 무너진 건 지난 10일 오후 1시께. 제6호 태풍 '카눈'이 전국을 강타한 가운데, 경기도 전역에도 태풍주의보가 내려진 때였다. 거센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속절없이 무너진 첨탑은 교회 옆 건물 지붕을 덮쳤다. 다행히 인명피해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붕괴한 첨탑이 도롯가로 떨어졌다면 대낮 큰 사고로 번질 뻔한 아찔한 경우였다. 소방당국과 함께 사고 수습에 나선 동두천시 관계자는 "지어진 지 20년은 넘은 첨탑인데, 순간 강한 바람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 피해를 우려해 동네 주민들에게 대피 권고했다"고 말했다.
동두천 한 교회 첨탑 카눈에 쓰러져
2021년 3월 이전 축조 '사각지대'
도 관계자 "실태파악 진행 검토 단계"
태풍 때마다 이어지는 '교회 첨탑 붕괴사고'가 올해도 발생한 가운데, 경기도는 여전히 노후 첨탑 현황 파악도 하지 않는 등 대책 마련에 손을 놓고 있는 모습이다.
태풍 등 강한 비바람의 영향으로 교회 첨탑이 무너진 사고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지난 2019년 태풍 '링링'의 여파로 수원시 권선구의 한 교회 옥상에 설치된 7m 높이의 첨탑이 인도에 추락, 인근에 주차된 차량과 주변 시설을 파괴했다. 앞서 2017년에는 안산시에서 벼락 맞은 교회 첨탑이 기울어져 전신주를 건드리는 바람에 일대 주택 30여 가구가 정전됐으며, 2018년 서울시 강서구 한 건물 옥상에 설치된 교회 첨탑이 도로로 떨어져 보행자가 다치기도 했다. 가깝게는 올해 4월 수도권에 강풍 특보가 발효됐을 때, 서울 서대문에서도 첨탑이 바람에 부러지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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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등 강한 비바람으로 교회 첨탑이 무너진 사고가 매년 반복되고 있지만 경기도는 안전대책 마련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지난 10일 태풍 '카눈'으로 동두천시 상패동의 한 교회 첨탑이 쓰러진 모습. 2023.8.10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제공 |
이처럼 교회 첨탑 붕괴 우려가 커지자 서울시가 종합 대책을 세워 노후 첨탑의 경우 철거비를 지원하는 등 적극 행정에 나선 반면, 경기도는 관련 현황파악조차 나서지 않아 대비된다.
건축법 시행령을 보면 4m 이상의 첨탑 등을 축조할 때 배치도, 구조도를 첨부해 지자체에 신고해야 한다. 만약 높이가 8m 이상이면 구조 안내, 내진 설계 확인서까지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이 규정이 지난 2021년 3월부터 시행됐기 때문에 통상 그 이전에 세워진 노후 첨탑은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실정이다. 이에 서울시는 당해 시내 교회 첨탑(8천여곳)을 전수조사해 법에 정해진 안전기준에 미달하는 경우 일정 비용을 지원해 철거를 유도했다.
경기도가 점검에 나선 건 2021년, '공작물 축조 신고'가 된 높이 8m 이상 첨탑 16개소 대상 정도였다. 당시 16개소 중 12개소에서 구조물 부식 등 53건의 지적사항이 발견돼 해당 지자체와 건축주에 보수를 요구했는데, 도내 노후 첨탑은 점검 대상에도 없어 붕괴 위험 첨탑은 사실상 방치한 채 점검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컸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동두천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를 계기로 첨탑의 안전성을 파악하기 위한 실태 파악에 나설지 검토 중"이라며 "축조 신고 여부를 떠나 현존하는 모든 첨탑이 점검 대상일 수도 있고, 실태 파악한 뒤 철거가 필요하다면 지원을 고려해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종교시설에 설치된 것이라 행정기관 의지대로 (철거를)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관련 협의도 진행이 필요하다는 구상도 함께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