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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리뷰] 백남준아트센터 특별전 '트랜스미션: 너에게 닿기를'

유혜연
유혜연 기자 pi@kyeongin.com
입력 2023-09-03 18:53 수정 2023-09-03 19:08

끝은 또 다른 시작… 20세기 진혼곡, 21세기 찬가

백남준 트랜스미션 타워
백남준 作 '트랜스미션 타워(2002)'.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높이 8m 송신탑에서 뻗어나온 네온 빛이 주변 수풀과 나뭇잎 사이사이를 현란하게 물들인다. 레이저 빛과 신비로운 음악의 향연 사이로 폐자동차 32대가 송신탑 아래 덩그러니 남겨졌다. 자동차의 앞좌석을 가득 채운 건 버려진 텔레비전과 각종 기계 잔해. 기계 문화는 사그라지고, 새로운 시대가 피어나는 변곡점을 은은하게 드러냈다. 백남준이 표현한 20세기와 21세기의 '배턴터치'다.

지난달 31일부터 용인시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 '트랜스미션: 너에게 닿기를'은 1990년대에서 2000년대로 넘어가는 세기말, 레이저라는 매체를 통해 백남준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자리다. 특히 백남준의 대형 레이저 설치 작품 '트랜스미션 타워(2002)'가 국내 최초로 야외에서 공개된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레이저'다. 그간 텔레비전 방송 신호를 사용해 변화무쌍한 이미지를 제작하던 백남준에게 레이저는 흥미로운 소재였다. 텔레비전 신호보다 더 큰 주파수 대역을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레이저 빛과 미세한 흔들림은 네모난 브라운관을 넘어 무궁무진한 그의 세계관을 펼쳐내기에 적합했다.

'트랜스미션 타워' 국내 첫 야외 공개
레이저 활용… '정보시대' 도래 은유
윤제호 작가 오마주도… 12월 3일까지

백남준 트랜스미션 타워
백남준 作 '20세기를 위한 32대의 자동차: 모차르트의 진혼곡을 조용히 연주하라(1997)'.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야외 전시장에는 '트랜스미션 타워(2002)'와 '20세기를 위한 32대의 자동차: 모차르트의 진혼곡을 조용히 연주하라(1997)'가 나란히 관람객을 맞이한다. 방송 송신탑 형태의 타워들과 네온, 레이저가 하나로 맞물려 발산하는 빛을 통해 21세기 정보시대가 도래했음을 은유한다. 192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미국에서 생산됐던 32대의 폐자동차들은 기술문명의 종말을 상징한다.

앞서 미국 뉴욕과 호주 시드니에서 같이 선보였던 두 작품은 2023년 한국에서 변주를 거쳐 전시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백남준을 오마주한 윤제호 작가의 레이저와 사운드 디자인을 기존의 '트랜스미션 타워(2002)'에 더했다. 윤제호 작가는 모차르트 진혼곡의 음률, 네온의 네 가지 색, 타워 상단의 레이저 광선을 재가공했다. 일부 재해석을 거친 트랜스미션 타워의 레이저는 미술관 주변 숲과 언덕을 화려한 빛으로 수놓으면서 자못 초현실적인 광경을 펼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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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아트센터 비디오 아카이브 '뉴욕 백남준 트랜스미션 전시 아카이브(2002)'.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실내 전시실에는 백남준의 세계관을 관람객들이 한층 더 가까이서 엿볼 수 있도록 도와줄 아카이브 영상과 또 다른 레이저 작품 '삼원소: 삼각형(1999)'이 준비돼 있다. 어째서 레이저를 선택했는지, 폐자동차를 왜 은색으로 칠했는지, '트랜스미션 타워'와 폐자동차 작품이 한자리에 전시된 이유 등에 대해 백남준과 협업자인 레이저 전문가 노먼 발라드가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시는 오는 12월 3일까지 이어지며, 레이저 등 불빛을 활용한 야외 작품은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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