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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리뷰]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 '2023 아워세트: 레벨나인×손동현'

유혜연
유혜연 기자 pi@kyeongin.com
입력 2023-09-09 15:00 수정 2023-09-10 18:54

디지털이란 요지경… 한지의 경계 넘어선 산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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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나인과 손동현 작가가 협업한 작품 '라이트하우스-말하는 대로(2023)'. 챗gpt 기반 AI를 활용한 작품으로, 키보드로 질문을 입력하면 답변이 4가지 형태로 출력된다. 레벨나인의 멤버가 직접 작품을 시연하는 모습.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각종 정보가 넘실대는 망망대해에 AI라는 등대가 우뚝 섰다. 키오스크에 연결된 키보드로 질문을 입력한다. "손동현 작가의 작품세계가 궁금해." 네 개의 화면에 각각 다른 형태의 답변이 떠올랐다. '어린이를 위한', '영어 사용자를 위한', '문학적인', '일반적인'. AI가 도출한 해답을 들고 관람객은 66점의 작품이 있는 전시실로 들어서게 된다. 레벨나인(Rebel9)의 작품 '라이트하우스-우리가 묻는 대로(2023)'는 AI와 미술관의 역학관계를 함축적으로 묘사한다. '어떻게 묻느냐'에 따라 취사선택할 정보는 천차만별이 된다. AI 등대가 빛을 밝히며 길을 보여주지만, 결국 이 빛을 지팡이 삼아 항해하는 건 관람자의 몫이다.

김홍도 재해석 '박달나무 동산' 첫 공개
여러 시점의 공간 표현… 동양화 변주
터치 패널 활용 '만화경' 아이들 흥미
VR·AR 등 창의적 협업 다양한 체험

지난 5일부터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에서 진행되는 기획전 '2023 아워세트: 레벨나인x손동현'은 여러 미술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작가들의 창의적인 협업을 소개하는 현대미술 전시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룹 레벨나인과 손동현 작가가 의기투합해 수원을 소재로 한 신작을 비롯해 다양한 작품을 펼쳐낸다. 레벨나인은 기획자와 디자이너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창작그룹으로, 각종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방식의 창작활동을 해왔다. 손동현은 동시대 인물과 영화 캐릭터를 동양화로 재해석해온 현대미술 작가로, 동양화의 형식을 독특하게 변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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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현 작가가 신작 '박달나무 동산(2023)'의 작업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이번 전시에서는 손동현 작가의 신작 '박달나무 동산(2023)'이 처음 공개된다. 단원 김홍도의 작품을 재해석한 것으로, 김홍도의 호인 '단원(檀園)'을 우리말로 풀어서 작품명을 붙였다. '박달나무 동산'은 경기도를 포함한 전국 팔도의 산수 풍경을 10개 화폭에 나눠 담았다. 여러 개 시점으로 공간을 나눠 표현하는 동양화의 전통 기법을 재해석했기에 기존 산수화와는 또 다른 공간감이 느껴진다. 손동현 작가는 "김홍도의 화법을 비슷하게 구현해보기도 하고, 반대로 그가 절대 쓰지 않았을 것 같은 도구로 그리기도 했다"며 "구체적인 형상을 표현한 부분에서는 벨기에·일본·미국 만화적 요소를 한 폭에 재현해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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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나인 '매직카펫라이드(2023)'.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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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나인 '만화경(2023)'.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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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전 '2023 아워세트: 레벨나인x손동현' 전시실 전경 모습.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전시실에는 레벨나인과 손동현의 또 다른 협업 작품인 '만화경(2023)'이 발걸음을 멈춰 세운다. 관람객의 참여로 만들어지는 인터랙티브 작품이기에 어린이 관람객의 흥미를 끌기에도 충분하다. 디지털 터치 패널에 나온 수십 가지 손동현 작가의 작품 중 마음에 드는 모양을 선택해 누르면 된다. 작품 일부가 만화경처럼 확장돼 전시실 벽면을 가득 채우면서 자못 환상적인 디지털 풍경을 자아낸다. 김선혁 레벨나인 대표는 "이미지가 디지털적으로 변형돼 만화경처럼 보이면 어떨까, 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작품"이라며 "새로운 공간의 경험을 직접 체험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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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획전에서는 직접 VR고글을 쓰고 작품을 체험해볼 수 있다. 사진은 '매직카펫라이드(2023)'을 즐기는 모습.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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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그룹 레벨나인(Rebel9)'이 전시실에서 최근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이 밖에도 직접 조이스틱을 들고 게임을 해보거나, VR과 AR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작품 '매직카펫라이드(2023)'도 만날 수 있다. 아울러 장만옥, 양조위 등 옛날 홍콩영화 속 스타들의 얼굴을 한 인물들을 동양화 화풍으로 담아낸 손동현의 기존 작품들도 눈여겨 볼만하다. 창의적인 협업을 통해 동시대 미술을 다각도로 체험할 수 있는 이번 기획전은 오는 12월 17일까지 이어진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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