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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고인돌 훼손 심각…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목소리

이종태
이종태 기자 dolsaem@kyeongin.com
입력 2023-09-09 17:31 수정 2023-09-0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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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시 덕은리 주거지 및 지석묘군(사적 제148호)/파주시 제공

파주지역에 산재한 '고인돌'을 '세계문화유산'으로의 등재를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파주 임진·한탄강 유역은 선사시대 생활상을 잘 보여주는 한강 이북지역 고인돌 최대 집단 분포지역이지만, 각종 개발에 무방비로 노출돼 보존대책 역시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다. 우리나라 고인돌은 파주를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지만, 고창, 화순, 강화 고인돌만 2000년 12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바 있다.

# 임진·한탄강유역, 고대 선사인 주거지역

파주시와 지역 역사학계에 따르면 임진강과 한탄강이 만나는 연천 전곡리의 구석기 유적을 비롯해 파주 적성면 주월리, 가월리 구석기 유적(국가 사적 제389호), 파평면 금파리 구석기 유적(비지정) 등 선사시대 집단 거주유적 및 무덤, 생활 흔적들이 많이 발굴되면서 임진·한탄강 유역을 한반도 최초 인류 태동지역으로 추정하고 있다.



학계는 파주를 동서(東西)로 흐르는 임진강 유역이 강과 구릉, 평야로 형성돼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철기시대로 이어지는 선사시대 인류가 집단으로 모여 살기에 적합한 자연환경을 갖춘 곳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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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시 당하리 고인돌/파주시 제공

# 한강 이북지역 고인돌 최대 분포

파주는 10여 년 전 법원읍에서 도로공사 중 발견된 신석기시대 거주지를 비롯해 운정신도시 개발과정에서 다수의 선사 유적이 발굴됐으며, 월롱면 덕은리 지석묘 및 주거지(국가 사적 제148호), 교하 다율리·당하리 지석묘(경기도기념물 제129호), 진동면 하포리 지석묘(파주시 향토문화유산 제26호) 등은 문화재로 지정됐으나 나머지 산재한 고인돌은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다율·당하·교하리 구릉 지역에서는 100여 기가 넘는 고인돌이 무리를 이루어 발견되었으며, 이곳 고인돌 중 하나는 특이하게 성혈(星穴)이 남아 있다.

고인돌 주변에서는 간돌검, 화살촉, 숫돌 등이 채집됐고, 당하리 고인돌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장방형 모양의 움집에 두 군데 화덕자리가 있고, 구멍무늬토기·민무늬토기·간돌검·가락바퀴 등이 출토된 청동기시대 집터가 발굴됐다. 또 교하 심학산에서는 12기의 고인돌과 18기의 추정 고인돌이 조사됐고, 문산읍 내포리 산업단지 인근 야산에서도 고인돌로 추정되는 여러 기의 유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운정신도시 주변에는 상지석리(上支石里, 위 괸 돌), 하지석리(下支石里, 아래 괸 돌)라는 고인돌과 관련된 마을 이름이 남아있어 정밀조사 경우 고인돌 유적이 추가 발견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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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시 심학산 지석묘/파주시 제공

# 개발에 무방비 노출된 고인돌

다율리와 당하리, 교하리 구릉 지대에는 100기가 넘는 고인돌이 무리를 이루고 있었으나 군사시설 조성과정에서 대부분 파괴되고 지금은 20여 기만 남아있으며, 그 가운데 상태가 양호한 6기가 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다율리에서 발굴된 고인돌은 탁자식으로 추정되지만, 하부구조가 제대로 남아 있지 않는 등 훼손이 심각한 상태이며, 발굴이 완료된 당하리 고인돌 대부분도 제자리를 벗어나 타 지역으로 옮겨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다율·당하리에서 발견된 고인돌 중 일부는 조리읍 봉일천 장곡 체육공원과 파주읍 봉서리 통일공원에 조경용으로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충남 온양민속박물관 야외전시장에도 3기가 옮겨져 있는 것이 확인됐다.

심학산과 내포리 야산 등지에서 발견된 추정 고인돌들도 특별한 표식이나 보호대 등이 마련되지 않아 훼손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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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시 하포리 지석묘/파주시 제공

# 고인돌 보존대책 및 관광 자원화 지적

고인돌 유적은 세계 인류사적 차원에서 보존 관리되어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인 만큼 전수조사를 통한 실태 파악이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역사학계는 지적한다.

파주시는 그러나 국가사적인 '덕은리 주거지 및 지석묘군'은 종합정비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지만, 나머지 추정 고인돌에 대해서는 특별한 발굴 및 보존대책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시는 고창, 화순, 강화의 고인돌 유적은 한 지역에 적게는 160기부터 많게는 596기에 이르는 대형(10t~300t) 고인돌이 군집을 이루고 있으며, 그 형태와 양상이 매우 다양할 뿐만 아니라, 고인돌의 채석·운반·건설 등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인정받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었지만, 파주의 고인돌은 군집 내 분포 기수, 규모 및 형태, 채석 및 운반 등에서 차이가 있다면서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의견'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역사학계는 학술적·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관광 자원화를 위해 체계적인 조사·정비·활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윤희 파주지역문화연구소장은 "고인돌 유적은 세계 인류의 보편적 가치가 인정되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우리나라는 고창, 화순, 강화 고인돌만 등재됐다"면서 "파주지역의 고인돌 분포현황 및 현존상태 등을 볼 때 한강 이북지역 최대 고인돌 밀집지역으로, 세계문화유산의 범주에 마땅히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이를 위해 "지금부터라도 고인돌 유적에 대한 전수 조사와 함께 보존대책 마련, 문화재지정 추진 등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이미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조선왕릉 40기 중 4기를 보유하고 있는 파주시에 또 하나의 세계문화유산을 갖게 된다면 고품격 문화도시로서의 위상과 자긍심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주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덕은리 주거지 및 지석묘군'은 체계적이고 중장기적인 보존관리를 위해 2024년 종합정비기본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며, 나머지 고인돌은 전수조사를 통해 실태를 파악하고, 문화재적 가치를 검토한 후 향토문화유산 지정 등 순차적인 문화재 지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주/이종태기자 dolsaem@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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