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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 중국화교문화연구소 시민강좌·(4)] 영화로 읽는 대만 현대사

박경호
박경호 기자 pkhh@kyeongin.com
입력 2023-09-17 19:02

외부 이주민에 지배당한 후 개방적 사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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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국민대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가 지난 15일 비대면 화상회의 프로그램으로 열린 '랜선으로 떠나는 방구석 1열 중국 영화여행' 시민강좌에서 '영화로 읽는 대만 현대사'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인천대 중국·화교문화연구소 제공

인천대학교 중국·화교문화연구소, 국민대학교 중국인문사회연구소, 인천 서구청, 경인일보가 공동 주최하는 '랜선으로 떠나는 방구석 1열 중국 영화여행' 시민강좌의 네 번째 강의가 지난 15일 오후 3시부터 4시30분까지 비대면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으로 열렸다.

이광수 국민대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가 '영화로 읽는 대만 현대사'를 주제로 강연했다. → 편집자 주

공포정치 불안감 담은 '비정성시'
'여친남친' 민주주의 요구 시위
2000년대 이후 로맨스 전성시대


■ 다음은 강연요지


오늘날 대만인은 대만의 역사를 외부 이주민에 의해 만들어진 이민(移民)의 역사라고 생각한다. 중국인이 들어오기 훨씬 전 폴리네시아인으로 추정되는 원주민들이 이주해 거주했고, 중국 봉건 왕조 시기 민남인과 객가인이 이주하면서 '본성인'(本省人·대만 본토 출신)으로 분류되는 한족 공동체가 형성됐다.

17세기 초 네덜란드와 스페인이 대만 남북부 일부 지역을 점령했다. 이후 명나라 장수 정성공, 청나라 강희제에 의해 중국의 일부로 편입됐다. 1894~1895년 청일전쟁 이후 50년 동안 일본의 식민지가 됐다가 1949년 이후 장제스의 국민당 군대가 들어오면서 '외성인'(外省人)의 지배를 받게 됐다. 대만사(史)는 구(舊) 이민이 신(新) 이민에 지배당하는 역사다.



장제스 시기는 공산당을 적대시하는 애국주의 반공영화가 주로 제작됐다. 국민당 군대의 공포정치로 인한 어둠과 불안, 우울을 표현한 영화가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 등장했다. '뉴웨이브'(New Wave·새로운 조류)라 불렸다.

호우샤오셴 감독의 '비정성시'(1989)와 에드워드 양 감독의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1991)은 대만판 광주민중항쟁인 1947년 '2·28 사건'과 백색공포로 불린 계엄 통치하의 불안한 1960년대를 배경으로 다룬다. 폭력에 희생당하면서 폭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1980년대 대만은 장징궈 시대를 거치면서 경제의 고속 성장, 계엄 해제, 양안 교류를 통한 긴장 완화를 이뤘다. 호우샤오셴이 대만의 전통과 시골 정서에 집중했다면, 에드워드 양은 도시의 환경과 사람의 관계, 인간의 이중성과 불안 심리를 표현했다.

에드워드 양의 '타이베이 스토리'(1986)는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되는 타이베이를 배경으로 주변으로 밀려나는 젊은이들의 불안과 방황을 다뤘다. '반교'(2019)는 계엄령 시대였던 1962년을 배경으로 한 공포영화인데, 지옥 같은 학교를 공포에 빗댄 영화다.

1990년대 대만을 통치했던 리덩후이는 대만 출생 첫 총통이자 초대 직선제 총통이다. 만년 국회로 비판받던 국민대회를 해산하고, 지방자치제와 총통 직선제를 시행했다. 또 2·28 사건에 대한 정부 책임을 인정했다. '여친남친'(2013)은 로맨스 영화지만, 1990년 계엄 해제 이후 대학생의 민주주의 요구 시위인 야생백합운동을 다뤘다.

2000년대 이후 국민당과 민진당의 정권 교체가 반복되면서 대만 사회는 더욱 적극적이고 개방적이면서 다양성을 갖춘 사회로 변화했다. '말할 수 없는 비밀'(2007)은 대만 로맨스 영화 전성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1990년 야생백합운동, 2014년 해바라기 학생운동은 다큐 영화로 제작됐다. 군대 위안소나 여성 감옥 등 과거 쉽게 표현되지 않던 여성주의 영화가 새로이 나타났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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