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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다큐멘터리 '수카바티' 공동 연출자 선호빈 감독

유혜연
유혜연 기자 pi@kyeongin.com
입력 2023-09-20 19:02 수정 2023-09-20 19:24

'오타쿠 로맨스'와 '로컬리티' 결합… 축구 매개로 트라우마 공동 극복 담다

선호빈. 나바루 감독_프로필 사진
다큐멘터리 '수카바티'의 공동 연출자 선호빈(왼쪽) 감독과 나바루 감독. '수카바티'는 FC안양의 서포터스 RED의 역사를 다뤘다. 앞서 둘은 'B급 며느리'에서 호흡을 맞췄다. 나바루 감독은 'B급 며느리'의 촬영감독이었다.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공

안양을 연고지로 둔 K리그 FC안양의 응원 구호 '수카바티'는 산스크리트어로 '낙원'을 뜻한다. '편안한 마음의 쉼터'라는 안양(安養)의 지역명과 맥이 맞닿아 있다. '수카바티'는 단순히 팀을 위한 응원 구호 이상의 의미를 지닌, 지역 정체성이 담겼다.

다큐멘터리 '수카바티'는 FC안양의 서포터스인 RED의 역사를 기록한 지역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영화다. 얼핏 들어 스포츠 장르인 듯싶지만, 축구는 소재일 뿐 안양이라는 도시의 정체성이 묻어나는 '로컬리티 영화'이자 축구 마니아를 쫓는 '덕질 영화'다.

"'수카바티'는 사랑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해요. 축구를 소재로 다뤘지만, 영화의 핵심 키워드를 꼽자면 '오타쿠 로맨스', '로컬리티'라고 할 수 있죠. FC안양을 사랑하는 사람들 RED, 이들이 겪었던 집단 트라우마를 공동으로 극복해 나가는 역사가 담겼어요." 영화의 공동 연출자 선호빈 감독은 유독 '사랑'이란 단어를 힘줘 말했다.

FC안양 서포터스 RED 역사 기록
'낯선 조합' 나바루와 성공적 호흡
DMZ영화제 호평·전국 개봉 목표

영화 '수카바티'
'수카바티' 스틸컷. 영화는 팀을 잃은 서포터스 RED의 '안양축구'를 되찾기 위한 9년간의 투쟁을 담았다.

영화의 주인공, RED가 겪은 '덕질의 역사'는 제법 험난했다. 본래 안양 연고 축구팀이던 안양LG치타스가 지난 2003년 돌연 연고지를 서울로 이전해 서울FC로 바뀐 것. 졸지에 팀 없는 서포터스가 된 이들은 시민구단을 세우기 위한 9년여 간의 투쟁을 시작한다. 이들이 느낀 상실감은 축구팀이 사라진 것보단, 공업도시 안양이 겪은 부침과 닮은 구석이 있다.

선 감독은 "다큐는 대상이 중요한데, RED는 흥미로운 대상이었다. 사랑하는 대상을 위해 자신들만의 방식대로 세계를 구축해 나가면서 싸워온 이들"이라며 "축구라는 스포츠에 '투쟁'이라는 단어를 붙인 RED의 모습이 레지스탕스 같아 보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선호빈 감독
제15회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DMZ Docs)에서 진행된 '수카바티' GV 행사에서 공동 연출자 선호빈 감독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공

'수카바티'는 축구에 무관심한 선호빈 감독과 '축구 덕후' 나바루 감독이 함께 만나 연출한 영화다. 열성적인 축구팬이자 안양 토박이 나 감독이 지난 2019년 선호빈 감독에게 공동 연출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둘의 조합은 오히려 서로 다른 방향으로만 질주하려던 카메라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선 감독은 "영화를 어떻게 멋있게 만들지를 두고 갈등도 있었다. 나바루는 축구를 중심으로 잡았고, 나는 서포터스 RED에 초점을 뒀다"며 "결과적으로 축구 경기장 내부 모습과 경기장 밖의 서포터스 문화가 영화에서 잘 어우러졌다"고 말했다.

영화 '수카바티'
'수카바티' 스틸컷. 영화는 팀을 잃은 서포터즈, RED의 '안양축구'를 되찾기 위한 9년간의 투쟁을 담았다.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공

첫 선을 보인 제15회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DMZ Docs)에서도 호응이 이어졌다. '로컬리티'에 충실한 영화였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수카바티'는 DMZ Docs가 막을 내린 뒤, 전국 극장 개봉을 목표로 다시 한번 관객을 찾을 예정이다.

"'로컬리티'를 다룬 영화가 드문데, 저희 영화는 축구를 넘어 안양이라는 지역성을 보여줘 소중한 것 같아요. 단순한 축구 영화를 넘어 한 인간이 무언가를 사랑하는 게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표현했고, 그 과정에서 표출되는 감정을 충실하게 전하고 싶었어요.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그 감정을 함께 느꼈으면 합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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