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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갯벌 어구 "버린 사람 따로, 치울 사람 따로"

김주엽
김주엽 기자 kjy86@kyeongin.com
입력 2023-09-20 19:53 수정 2023-09-20 22:11

송도국제도시 아암도 인근 불법 칠게잡이 어구
인천시 연수구 아암대로 인근 갯벌에서 물이 빠지자 불법 칠게잡이 어구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인천녹색연합은 이 일대에서 수년째 칠게잡이 어구 수백여개가 방치된 것을 확인했다. 2023.9.20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 송도갯벌이 불법 칠게잡이 어구(漁具)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천녹색연합이 최근 송도갯벌의 환경 실태를 조사한 결과, 아암대로 옹암교차로에서 아암1교 부근까지 약 1㎞의 갯벌에서 불법 칠게잡이 어구 수백여개를 발견했다.

불법 칠게잡이 어구는 PVC 파이프를 가로로 쪼갠 후 갯벌에 매립한 것으로, 파이프 양쪽 끝에는 플라스틱 통이 달려 있다.

옆으로 이동하는 게의 특성상 파이프에 빠진 칠게는 플라스틱 통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밖에 없는데, 어민들은 양동이에 담긴 게만 가져가면 되기 때문에 이러한 형태의 어구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PVC 파이프를 갯벌에 매립해 게를 잡는 것은 수산업법에서 규정한 어구로 어획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므로 엄연히 불법이다.

 

인천녹색연합은 송도갯벌에 설치된 칠게잡이 어구들이 수년째 방치된 것으로 추정했다. 어구들이 갯벌에 그대로 묻혀 있으면서 칠게가 양동이에 빠져 폐사하는 일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고 인천녹색연합 관계자는 설명했다. PVC 파이프 안쪽에 갯벌이 장기간 퇴적되면서 오염되는 문제도 생기고 있다고 한다.

불법 칠게잡이 사용 PVC 파이프
옹암교차로~아암1교 수백개 발견
인천해수청 "현장 확인 후 조처"

송도갯벌은 세계적 멸종위기종 알락꼬리마도요(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의 중간 기착지다. 이곳에 머무르는 알락꼬리마도요는 주로 칠게를 먹는데, 칠게 수가 감소하면 알락꼬리마도요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 칠게는 갯벌에 있는 유기물을 분해해 갯벌을 정화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갯벌 생태계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인천녹색연합 관계자는 "칠게는 갯벌을 건강하게 유지할 뿐 아니라 어민들의 주요 수입원인 낙지의 주요 먹이"라며 "불법 남획으로 칠게의 개체 수가 줄어들면 송도갯벌의 환경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인천지역 갯벌을 담당하는 인천지방해양수산청 관계자는 "어구 방치 사실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며 "현장 확인 후 필요한 조처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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