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있어 반도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부천과 용인에서 움을 틔운 한국 반도체 산업은 나날이 성장을 거듭해, 경공업 중심이었던 국가 경제와 지역 경제를 180도 바꿔놨다. 그리고 50년을 목전에 둔 지금, 경기도는 반도체로 움직이는 지역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출, 기업 경기는 물론 지방 재정과 부동산까지 지역 경제 전 분야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 수출 주역으로 거듭난 반도체, 경기도 경제를 바꾸다
지난 2017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서 발표된 '반도체의 수출 신화와 수출 경쟁력 국제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1977년 3억달러에 불과했던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해엔 1천292억3천만달러까지 증가했다.
45년 동안 무려 430배 이상 성장했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1977년엔 3%에 불과했지만 45년이 지난 2022년엔 18.9%까지 높아졌다. 반도체의 성장은 경기도를 전국 수출 1위 지역으로 만든 주된 요인이었다.
45년간 430배 성장 수출 비중 18.9%
삼성·SK 소재 지자체 실적 상위권
수원세관에 따르면 2013년까지는 서울시와 울산시에 비해 다소 수출이 저조했던 경기도는 2013년 12월 전국 1위에 오른 후 꾸준히 이를 지키고 있다. 반도체 수출액이 늘어난 점이 영향을 미쳤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요 수출 품목에서 반도체는 2008년엔 5위를 기록했지만 2011년엔 3위로 상승했고, 2013년에 1위를 차지했다. 경기도의 반도체 수출도 상승세였다. 2006년 132억4천만달러 수준이었던 경기도의 반도체 수출액은 2012년엔 164억1천만달러로 상승했고 2018년엔 549억1천만달러로 껑충 뛰었다. → 그래픽 참조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주 사업장이 있는 지자체가 경기도내 지자체 중 수출 상위권에 꾸준히 오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수원세관이 발표한 지난 8월 경기도 수출 실적에 따르면 화성시(19억3천만달러), 평택시(12억8천200만달러), 이천시(11억6천200만달러) 순으로 수출액이 많았다. 화성·평택시엔 삼성전자, 이천시엔 SK하이닉스 사업장이 소재한다.
반도체 경기는 각 기초단체의 재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사업장이 소재한 지자체들의 경우 많게는 지방세수의 30% 가까이를 이들 기업이 내는 세금으로 충당한다.
반도체 경기가 부진한 올해는 지자체들이 비상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매출이 크게 줄어 이들 기업이 내년에 내야 하는 법인세가 줄어들 것으로 보여서다. 법인세의 10%는 기초단체로 향하는 법인지방소득세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주 사업장이 있는 수원시, 이천시 등 각 지자체는 저마다 내년 살림 규모를 줄이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지방 행정 예산이 줄어들면 지역 주민들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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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23일 오전 경기도청에서 경기도-삼성전자 평택 고덕지구 산업단지 입주협약 체결식이 열리고 있다(왼쪽부터 원유철 국회의원, 이한준 경기도시공사 사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 김선기 평택시장, 정장선 국회의원). /경인일보DB |
■ 경기도 지도를 변화시킨 반도체반도체는 경기도의 지도를 바꾸는데도 크게 일조했다.
2기 신도시로 건설된 화성 동탄신도시와 평택 고덕신도시는 삼성전자의 화성·평택캠퍼스와 맞물려 조성된 도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제조의 핵심 단지였던 기흥캠퍼스의 확장을 위해 인근 지역인 화성 동탄에 화성캠퍼스 조성을 결정, 1999년 첫삽을 떴다. 정부는 직주근접형 도시를 구상, 1999년 무렵부터 동탄신도시 건설을 추진했다.
평택 고덕신도시 역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조성으로 탄력을 받았다. 2007년 주한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특별법 제정과 맞물려 고덕신도시 조성과 지구 내 산업단지 건설이 결정되자 경기도는 고덕 산단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유치하기 위해 나섰다. 이후 고덕신도시는 삼성전자의 평택캠퍼스 확대와 더불어 성장세다.
동탄·고덕신도시 등 지도 변화 일조
아파트 가격도 영향 부동산 '존재감'
경기도 부동산 시장에서도 반도체의 존재감은 남다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지난 9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경기도의 아파트 매매 가격은 0.11% 상승했지만 이천시의 경우 0.03% 줄었다.
이천지역의 가격 하락세는 지속되고 있는데 올해 반도체 경기 부진이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천시의 부동산 가격 흐름은 SK하이닉스가 있는 부발읍, 창전동의 영향을 받는다.
SK하이닉스 근로자들의 주거 수요가 꾸준한 탓에 아파트 매매·전세 가격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 지역인데, 올해 반도체 경기가 꺾인 이후 이 지역 부동산 가격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추세다.
반면 지난 3월 도내 삼성전자 사업장들과 신설되는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등을 주축으로 한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이 결정되면서, 이와 맞물린 지역과 단지는 '반도체 호재'를 맞았다. 반도체 국가산단이 들어서는 용인 남사읍의 e편한세상용인한숲시티가 대표적이다.
국가산단 조성지 발표 전 전용 84㎡가 3억원대에 거래되던 해당 단지는 발표 이후엔 대체로 4억원대로 실거래가 이뤄졌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부동산 한파 속 가격 하락이 상대적으로 심했던 화성 동탄신도시도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발표로 전환점을 맞아 현재는 매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황성규·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