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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저장 강박 의심 가구 지원책 마련해야

입력 2023-10-16 19:21 수정 2024-02-06 15:48

'저장 강박' 의심 가구가 늘고 있다. 사회적 관계 단절과 고립 등에 의한 결핍이 저장 강박이란 증상으로 발현되고 있다고 한다. 저장 강박은 쓸모없는 물건인 데도 주어다가 버리지 않고 집 안팎에 쌓아놓는 일종의 정신질환이다.

저장 강박의 원인을 무엇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한다. 국내에선 아직 많은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사회적, 경제적 결핍을 느끼는 가구에서 저장 강박 증상을 겪는 사례가 많다고 보고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취약계층의 사회적 활동 제약과 경제적 어려움, 정서적 문제 등이 지금에 와서 더욱 심각하게 표출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저장 강박 의심 가구는 안전이나 건강 등이 위협되는 '자기 방임'의 상황에 놓여 있다. 불안, 우울증, 치매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저장 강박은 가정불화를 일으키는 불씨가 되기도 한다. 쓰레기 집이 되면서 벌레가 꼬이고 심지어 집 밖으로까지 나온 쓰레기에 이웃과의 갈등도 빚어진다. 개인 가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저장 강박을 인지행동치료 또는 약물치료를 꾸준하게 받으면서 치료해야 하는 질병으로 본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저장 강박 의심 가구에는 치료비 등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저장 강박 의심 가구는 사후 관리도 중요하다고 한다. 쓰레기를 치우더라도 정신과 상담 등 치료를 받지 못하면 평균 6개월~1년을 주기로 다시 '쓰레기 집' 상태로 돌아오는 가구가 많기 때문이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저장 강박 의심 가구를 지원하기 위한 조례를 잇달아 제정하고 있다. 인천에선 이런 가구에 주목해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기 시작한 게 불과 2년밖에 되지 않는다. 2021년 8월 남동구를 시작으로 올해 5월 계양구, 7월 미추홀구, 9월 중구 등 4개 기초자치단체가 이 조례를 마련했다.

인천만 하더라도 저장 강박 의심 가구는 이미 74가구(남동구 13가구, 중구 4가구, 미추홀구 57가구)에 이른다. 다른 군·구에선 이런 가구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조차 하지 못한다. 실태 조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웃 간 교류 단절이나 경제적 궁핍, 정신 질환 등은 최근 심각한 사회 현안으로 떠오른 1인 가구 고독사 문제에서 나타나는 주요 현상들이다. 이는 저장 강박 의심 가구에서 보이는 모습과 묘하게 닮아있다. 가벼이 여길 일은 아님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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