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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한 경제부 기자 |
아침 공기가 서늘해지고 주홍빛 햇살이 비스듬하게 내려앉기 시작한 지난 14일 오랜만에 선감도를 찾았다. 제8회 선감학원 추모문화제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추모문화제에 참석했다. 지난해엔 기획 취재차 피해자들에게 피해 사실을 듣기 위해서였다면, 올해는 오랜만에 피해자들에게 안부 인사를 드리고 싶었다. 경기도 차원의 사과와 보상이 이뤄진 후 피해자들의 달라진 일상을 보고 듣고 기록하고 싶기도 했다.
기획 취재 당시 만났던 피해자들의 얼굴은 대체로 밝았다. 선감학원 역사문화탐방 해설을 맡은 김춘근 선생님과 안영화 선생님은 미소로 시민 추모객들을 맞았다. 지난해 추모문화제에서 자신의 피해 사실을 처음 밝힌 최석규 선생님은 올해는 아내와 함께 이곳을 찾았다.
추모문화제 분위기도 달라졌다. 지난 추모문화제들이 위령제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비교적 엄숙한 분위기였다면 올해는 피해자들이 직접 참여하고 즐기는 형식으로 바뀌면서 활기를 띠었다. 피해자들은 직접 무대에 올라 합창 공연을 하고 악기 연주를 했다. 가족과 시민 추모객들의 손을 잡고 서클댄스를 추기도 했다. 41년 만에 폭력과 학대의 공간이 화합과 행복의 공간으로 변모하기 시작한 셈이다.
이처럼 지난 1년 동안 선감학원 진실 규명에 많은 진전이 있던 건 사실이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현재 선감묘역 유해 발굴 작업은 예산 문제로 일부만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 차원의 보상과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원아 대장이 없는 '입증 불능 피해자'에 대해선 구제할 방안이 없다. 전국 각지에 거주하는 피해자에게 지원과 보상이 이뤄지려면 정부 차원의 사과와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추모문화제에 보다 많은 피해자와 가족, 시민추모객이 함께하기 위해선 이젠 정부가 나서야 한다.
내년에도, 그다음 해에도 선감학원의 가을을 웃으면서 맞을 수 있기를 고대한다.
/김동한 경제부 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