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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인천 근대문화 유산 활용 '부산과 온도차'

박현주
박현주 기자 phj@kyeongin.com
입력 2023-10-24 20:55 수정 2024-02-06 16:42

'피란수도' 유네스코 추진하는데… '일본 침략사 상흔' 도려낼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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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가 부평 캠프마켓 조병창 병원, 미쓰비시 줄사택 등 일본 침략 역사의 상징물을 제대로 보존,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은 '캠프 마켓' 조병창 병원 건물 일대. /경인일보DB

인천에 남아있는 부평 미군기지 일본육군조병창 병원, 미쓰비시 줄사택 등은 일제강점기 일본의 침략 역사를 보여주는 상징물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지역사회에서는 환경, 개발 문제에 밀려 역사 자산에 대한 의의와 가치를 살리는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다른 지자체에서는 지역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역사적 의의가 큰 자산을 보존·활용하는 방안을 찾는 것과 비교된다.

24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최근 '한국전쟁기 피란 수도 부산의 유산'(Sites of the Busan Wartime Capital)을 세계유산 잠정목록으로 등록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서는 문화재청 잠정목록에 먼저 포함돼야 한다. 


2015년부터 심층연구 매진 '대비'
지자체 나서 시민사회 소통 강조
"예산문제 아닌 미래 투자로 판단"


피란수도 문화유적은 한국전쟁 당시 피란수도였던 부산의 역사성을 담고 있는 임시 수도 대통령 관저 '경무대', 옛 미군부대 '하야리아 기지', 유엔묘지, 우암동 소막 피란 주거지 등 9개 유산을 포함하고 있다.

부산시는 피란수도 문화유적을 세계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지난 2015년부터 부산시, 부산발전연구원, 지역 전문가 등이 기초 자산 발굴부터 심층 연구·조사에 매진해왔다.

앞서 인천에서도 2019년 부평문화원을 중심으로 일본육군조병창, 미쓰비시 줄사택, 지하토굴 등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지역사회 지지를 받지 못하면서 원활하게 추진되지 못했다.



부산의 피란수도 문화유적 세계유산 등재 작업에 참여했던 강동진 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서는 연구·조사부터 유네스코가 제시한 완전성, 진정성 등 여러 근거를 확보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지자체가 나서서 관련 사항을 시민사회에 설명하고 지속해서 소통하는 역할이 우선 이뤄져야 한다"며 "(세계유산 등재 추진은) 과거 지역 역사를 되짚어 정체성을 확립하고 미래에 도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도 그 의의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지역사회에서는 인천에 남아있는 근대 건축물들이 일본의 식민도시화와 침략전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자산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캠프 마켓 조병창은 아시아태평양 전쟁 당시 운영한 조병창 8곳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시설로 보존 가치가 크다는 평가다.

앞서 문화재청이 발간한 '2021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 신규 발굴 연구보고서'에도 조병창, 미쓰비시 줄사택 등이 포함되기도 했다.

신동욱 부평문화원장은 "부평에 남아있는 자산들은 일제 제국주의 수탈의 역사 등 한국 근대사의 중요한 사건들을 증명하는 유산"이라며 "문화유산 존치를 비용과 예산의 문제로 볼 게 아니라 미래에 대한 투자로 판단해서 적극적인 활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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