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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형 제시카법, 입법 부작용 최소화해야

입력 2023-10-24 20:07 수정 2024-02-06 16:45

법무부가 24일 재범 위험이 높거나 아동 대상 성범죄자들에 대해 출소 이후에도 지정된 시설에 거주하도록 강제하는, 이른바 '한국형 제시카법' 입법 절차에 돌입했다. '고위험 성폭력 범죄자의 거주지 제한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과 '성폭력 범죄자의 성 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26일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거주지 제한 명령 대상은 13세 미만 아동과 3회 이상 성범죄를 저질러 10년 이상 형을 선고받은 성범죄자들이다. 보호관찰소장의 신청을 받은 검찰이 법원에 청구하는 방식인데, 법원은 대상자 거주지인 시·도내의 국가·지자체·공공기관 운영 시설 중 법무부 장관이 정한 지정 시설을 거주지로 지정해야 한다.

한국형 제시카법은 조두순, 박병화, 김근식 등 강력 성범죄자들의 출소에 즈음해 거주 지역이 발칵 뒤집어지는 사회적 혼란을 겪으면서 입법 논의가 본격화됐다. 출소한 조두순을 피해 나영(가명)이네 가족이 이사를 했을 때 전 국민이 분노했다. 박병화는 출소 후 화성 원룸에 거주지를 마련해 지역 사회가 전전긍긍했지만, 법원은 지난 7월 건물주의 퇴거 요구를 기각했다. 지난해엔 아동 성폭행범 김근식 출소를 앞두고 옛 거주지인 인천과, 갱생시설이 있는 의정부 모두 시민들이 불안에 잠겼다. 검찰이 여죄를 밝혀내 형기를 늘려 사태를 겨우 봉합했다. 한동훈 법무장관이 국회에서 한국형 제시카법 입법 의지를 밝힌 배경이다.

일각에서는 거주·이전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에 반하는 입법이라고 반대한다. 형사처벌과 전자발찌 부착 처분에 더한 가중 처벌이라는 지적과 재범 방지를 위한 교화에 부정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미국 헌법도 거주 이전의 자유를 보장한다. 제시카법이 일반 국민의 헌법 권리를 보호하기 때문에 유지할 것이다. 끔찍한 성범죄에 대한 터무니 없는 온정적 판결에 대한 비난 여론을 감안하면 가중처벌 시비는 가소롭다. 인면수심의 범죄자를 장기 격리하면 거주지 제한 자체가 필요할 이유가 없다. 교화가 됐다고 판단되면 절차에 따라 제한을 완화해주면 된다.



한국형 제시카법 입법은 여론의 호응과 여야 공감대로 큰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원은 중대 성범죄에 대한 양형 강화로 출소 범죄자 거주지 제한 부담을 덜어주고, 법무부는 인권에 입각해 출소자 격리와 교화 방식을 세밀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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