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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성범죄자 박병화가 거주 중인 화성시 봉담읍 빌라 인근 골목. /김산기자mountain@kyeongin.com |
"어딘들 가만히 있겠어요, 여기도 겨우 잠잠해졌는데요."
지난 3일 정오께 화성시 봉담읍 수원대 후문 앞 골목. 원룸 건물과 식당이 곳곳에 들어서 있지만, 한창 북적일 점심시간에도 거리는 쥐 죽은 듯 한산하다. 10년 동안 편의점을 운영한 김모(40대·여)씨는 "작년 이맘때 이후 사람들이 차차 줄기 시작했고, 특히 여자 대학생들은 확연히 안 보이게 됐다"고 했다.
딱 1년여 전 '북새통'과 상반되는 모습이지만 긴장감은 남아 있었다. 지난해 성범죄자 박병화가 출소하고 인근 빌라에 들어서면서 지역 주민들의 현수막 시위가 한동안 이어졌고, 그동안 경찰 치안센터가 설치되는 등 특별감시체제가 마련되면서 차츰 잠잠해졌다. 그러나 최근 시가 설치한 한 감시센터가 철수하면서 인력이 줄어들게 됐다. 주변에 있는 원룸 임대인 A씨는 "성범죄자가 가까이에 있는 이상 사소한 변화에도 매번 긴장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고위험 성범죄자들이 출소한 뒤에도 지정된 시설에 강제 거주시키는 방침이 발표된 가운데, 시설이 들어설 입지 기준이 뚜렷하게 발표되지 않아 지역사회의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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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성범죄자 박병화가 거주 중인 화성시 봉담읍 빌라 인근에 설치된 특별치안센터. /김산기자mountain@kyeongin.com |
법무부는 지난달 재범 위험이 높거나 아동 상대 성범죄를 저지른 등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성범죄자들을 지정된 시설에 거주하게 하는 소위 '한국형 제시카법'을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성범죄자들이 모여 살게 될 강제 거주 시설은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운영시설 중 법무부장관이 정하는 거주지로 규정했는데, 이를 두고 지자체들과 별도의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돼 지역민 반발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화성시를 비롯해 같은 논란을 낳았던 성범죄자 조두순이 거주하는 안산시도 법무부 공식 발표로 내용을 처음 접한 것으로 파악됐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최근 법무부 입법예고안 발표를 통해 처음 내용을 접해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단계"라며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나 치안 관련 대책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등의 지자체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수도권은 가장 많은 성범죄자들이 거주해 '대이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날 기준 '성범죄자알림e'에 등록된 성범죄자 거주 지역은 경기(696명), 서울(413명), 인천(234명) 순으로 많았다. 법무부가 발표한 거주 제한 대상자로 분류되는 고위험 성범죄자는 지난해 말 기준 325명이다. 법무부 측은 "지정 거주시설에 대해서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다"고 밝혔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