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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2030부산엑스포 불발

윤인수
윤인수 논설실장 isyoon@kyeongin.com
입력 2023-11-29 19:45 수정 2024-02-06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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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부산엑스포가 불발됐다. 정부가 앞장서고 재계가 뒤를 받치며 부산 시민을 비롯해 온 국민이 유치에 마음을 모았던 엑스포(세계박람회)다. 29일 새벽 1차 접전과 2차 역전이 예고됐던 개최국 선정 투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가 165표 중 119표로 1차 투표에서 여유롭게 1위를 차지했다. 부산은 29표로 사실상 유치전을 포기한 이탈리아 로마의 17표와 큰 차이가 없었다.

1851년 런던엑스포 이래로 엑스포는 세계 각국의 문물을 교류하는 인류 문명의 전시장이었다. 증기기관, 엘리베이터, 전화기, 전구, 자동차, 동력비행기, TV, 나일론, 플라스틱, 무선전화기 등 문명을 전환시킨 발명품이 엑스포를 통해 출현했고, 개최국은 문명과 산업의 중심으로 주목받았다.

도자기 같은 초라한 수공예품 몇 점 들고 1900년 파리만국박람회에 처음 참가한 대한제국 시절로부터 1세기 건너뛴 대한민국은 G7급 국가라는 자부심이 충만하다. 자부심의 상징으로 엑스포만한 이벤트가 없다. 2010년 엑스포 개최권을 두고 중국 상하이와 경쟁을 벌인 여수시가 4차 투표까지 접전을 벌인 끝에 눈물을 삼킨 아쉬움도 컸다.

2010년 접전의 기억을 갖고 2014년 부산시가 도전장을 내밀자, 문재인 정부가 2018년 국가사업으로 격상시켰고, 윤석열 정부가 민관 합동으로 세계를 돌며 유치전을 이끌었다. 지난해 7월 8일부터 509일 동안 정부와 민간이 뛴 거리는 총 1천989만1천579㎞. 지구 495바퀴에 달한다. 국무총리실이 밝힌 자료다.



엑스포가 불발된 날 대통령이 담화를 발표했다. "대통령인 저의 부덕의 소치"라며 유치 실패의 책임을 떠안았다.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고 판세 분석의 실패도 인정했다. 대통령에게 접전과 역전의 가능성을 주입한 사람들과 조직들이 궁금하다. 한 나라의 정보력과 판단력이 이 정도라면 큰 일이다. 대통령이 주변을 정리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2010엑스포도 접전이었다지만 상하이는 준비된 반면 여수시는 청사진만 들고 덤볐다. 이번에도 오일머니로 실리를 제공한 사우디에 미사여구로 맞섰다. 국가 이익을 따지는 냉혹한 국제관계에서 미사여구 행보는 벌거벗은 임금님의 행진일 뿐이다. G7급 국가, 세계6위 군사강국, K-문화 열풍 등등. 대한민국 자부심에 허세가 없는지 성찰할 때다.

/윤인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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