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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안떠서 남편 임종 못 지켜" 백령도 사는 부인의 가슴앓이

변민철
변민철 기자 bmc0502@kyeongin.com
입력 2023-12-12 20:34 수정 2024-02-12 11:15

기상악화로 인천 뱃길 막혀

마지막 남편 곁 못 지킨 사연


"섬에 살면 남편의 마지막 가는 길도 함께 못하나요…."

기상 악화로 서해 최북단 백령도와 인천 육지를 오가는 뱃길이 막히면서 섬에 갇혀 남편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하지 못하는 아내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백령도 주민인 박상배(73)씨는 이달 초 뇌경색으로 쓰러져 닥터헬기를 타고 급하게 인천의 한 종합병원으로 이송됐다.

아내 유춘희(61)씨는 남편이 응급 상황을 넘기자 안심하고 며칠 뒤 백령도로 돌아왔다가 지난 10일 오후 11시께 병원으로부터 갑작스럽게 남편이 생을 마감했다는 비보를 들었다.

그러나 유씨와 딸은 기상악화로 10일부터 뱃길이 막히면서 빈소에도 가지 못한 채 애를 태우고 있다.



유씨의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들은 이웃들은 군부대 헬기나 편도로 10시간이 넘게 걸리는 화물선을 이용하는 것을 수소문해봤지만, "도움을 주기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한다.

유씨는 "혹시라도 배가 뜰지 몰라 오늘(12일) 발인을 하루 더 미뤘다"며 "육지에 있던 아들이 혼자서 빈소를 지키고 있다"고 토로했다.

인천 중구에 있는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소청·대청도를 거쳐 백령도까지 뱃길은 228㎞, 왕복 소요 시간은 9시간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인천항과 백령도 용기포항을 오가는 여객선의 전체 결항률은 36.4%로, 2~3일에 한 번꼴로 뱃길이 끊겼다.(12월7일자 3면 보도='변덕스러운 뱃길' 유정복 인천시장도 발목… 섬주민에겐 '겨울철 일상')

정응만 백령도 북포리 이장은 "유씨를 돕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교통편을 알아봤지만, 육지로 나갈 방법이 전혀 없었다"며 "사람 살 곳이 못된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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