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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前 남편 얼굴피켓 들고 양육비 1인 시위' 40대 여성 공소 기각

변민철
변민철 기자 bmc0502@kyeongin.com
입력 2024-01-17 19:23 수정 2024-01-17 19:26

상대측 처벌 원치 않아 '반의사불벌죄'… 전국 법원 판단 달라 혼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전 남편의 얼굴 사진 등을 들고 길거리 시위(1월10일자 6면 보도=[뉴스분석] 배드파더스 운영자 유죄 확정…'사적제재' vs '최후 선택')를 벌인 40대 여성이 공소 기각 판결을 받게 됐다. 17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인천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김은진(44)씨는 다음 달 27일 예정된 선고 공판에서 공소 기각 판결을 받을 전망이다.

김씨를 고발한 전 시아버지 측이 법정에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명예훼손죄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다.

김씨는 지난 2014년 이혼한 전 남편에게서 양육비 9천600만원을 받지 못한 채 인천에서 홀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그는 법원의 명령에도 양육비를 받지 못하자 2021년 5월께 전 남편의 이름과 얼굴 사진 등이 담긴 피켓을 들고 인천 중구에 있는 전 시아버지 사무실 앞에서 양육비 지급 촉구 집회를 벌이다 법정에 서게 됐다.

그는 검찰이 벌금 200만원에 약식기소하자 이에 불복하고 정식 재판을 청구했는데, 3번째 재판이 진행된 지난 16일 증인으로 출석한 시아버지 측이 돌연 입장을 바꿔 김씨에 대한 처벌 불원 의사를 밝혔다.



김씨를 변호하는 김태용 법무법인 온정 변호사는 "선고 기일이 남아있지만, 이변 없이 공소 기각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무죄가 나왔다면 상징적이었겠지만, 피고인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이보다 앞선 이달 4일 대법원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부모의 신상을 온라인으로 공개한 '배드파더스(Bad Fathers)' 사이트 운영자 구본창(61)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구씨는 2018년 9∼10월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라고 제보를 받은 사람 5명의 사진을 포함한 신상 정보를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공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2심 재판부와 대법원은 유죄를 선고했다.

이 두 판결은 인천 등 전국에서 양육비 지급 촉구 집회를 벌이고 있는 부모들에게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구본창 배드파더스(현재 '양육비 해결하는 사람들') 대표는 "길거리 시위를 벌이다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부모들에 대해선 사건을 담당하는 검사와 재판부마다 판단이 다르다"며 "비슷한 사안을 두고 무혐의, 벌금형 등 서로 다른 판단이 나오고 있어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결국 부모들이 거리로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국회 계류 중인 양육비 이행 관련 법률을 조속히 통과시키고, 여성가족부가 공개하는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에 얼굴 사진 등을 포함한다면 길거리 시위가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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