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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대 오른 유정복號 소각장 정책

김명래·조경욱
김명래·조경욱 기자 problema@kyeongin.com
입력 2024-01-25 18:30

인천시가 광역 자원순환센터(소각장) 정책을 ‘하향식’에서 ‘상향식’으로 전환했다. 인천시가 직접 나서 권역별 광역 소각장을 입지를 선정하는 방식이 아닌 각 군·구가 주도적으로 지역 여건에 맞는 폐기물 처리 방법을 결정하는 방향으로 사업 추진체계를 바꿨다. 중구·동구·부평구·계양구·옹진군은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는 2016년 1월 이전 소각장 입지를 선정해야 해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유정복 인천시장의 소각장 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

인천시는 소각장 정책 변화를 결정한 이유로 ‘군·구의 비협조’를 내세운다. 인천시는 지난 24일 시의회 산업경제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에 따라 군·구 자율권을 존중해 추진하고 있지만, 지난 1년 반 동안 시의 책임있는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군·구와 협력이 어려웠다”고 밝혔다.

인천시는 지난해 서부권(중·동·옹진) 소각장 입지선정위원회를 통해 5곳의 후보지를 선정했지만 해당 지역 주민·정치인 등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입지 선정 작업을 중단했다. 입지선정위원회에서 활동한 한 인사는 “소각장은 원래 군수·구청장 책무인데 광역화를 하면 효율적이니 인천시가 지원해 추진했던 것”이라며 “광역화가 잘 되면 인천시가 지원하는게 맞지만 잘 안 되면 원래 책임대로 군·구에서 입지를 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었다”면서 “그동안 하향식 정책을 폈다면 이번에는 상향식으로 풀어보자는 취지로 정상화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소각장 입지 선정 작업을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게 될 기초자치단체는 강력하게 반발한다. 이들 기초단체는 광역 소각장 선정 작업을 주도하던 인천시가 갑자기 군·구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구 관계자는 “서부권 소각장은 3년 넘게 끌어오던 것인데 후보지가 한 지역(영종도)에 몰리는 바람에 주민 반발이 거세게 일었던 것”이라며 “이렇게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그 책임을 자치구에 미룬다고 해서 특별한 방법이 나올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인천시의 ‘일방통행식 행정’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인천시가 10개 군·구 소각장 담당자들에게 정책 전환 사실을 공식적으로 알린 건 유정복 시장 기자회견 하루 전날인 24일이었다. 부평구 관계자는 “기자회견을 하루 앞두고 회의를 잠깐 소집해 ‘인천시 방향 정리됐고, 내일 발표하겠다’고 통보했다”면서 “협의·합의·동의 없는 요식행위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유정복 시장은 민선 8기 취임 후 수도권쓰레기매립지 대체매립지 정책을 실행, 민선 7기 인천시의 자체매립지 구상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반면 광역 소각장 정책은 전임 시정부의 계획을 이어받아 공론화, 숙의, 입지 선정 절차를 밟아왔다. 취임 1년 6개월 만의 광역 소각장 정책 전환이 군·구 주도 소각장 확충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당장 다음 달부터 인천시가 열기로 한 해당 기초자치단체 실무협의회부터 잡음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환 계양구청장은 “인천시 계획은 책임 회피성 행태다. 소각장을 광역화하는 기본 원칙을 깬 것”이라며 “광역에서 못하는 것을 기초단체에 맡기면 각 군·구가 모두 소각장을 지어야 한다. 효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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