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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언 남한산성 황톳길 '동장군도 넘어질라'

한규준
한규준 기자 kkyu@kyeongin.com
입력 2024-02-13 19:43 수정 2024-02-28 09:08

빙판길 등산객 아이젠 착용 당부
미끄럼 예방 연탄 사용은 한곳뿐
염화칼슘 규제… 센터 "제설 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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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산책, 트레킹을 위해 즐겨찾는 남한산성 탐방로에 아직까지 빙판길 구간이 남아있어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탐방로 초입에 '아이젠을 착용해달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2024.2.13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

"흙이라도 뿌려줬으면 좋겠어요."

주말을 제외하면 매일 남한산성 탐방로를 방문하는 조모(80)씨가 빙판길을 바라보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빙판이 된 경사로를 내려오면서 넘어지진 않을까 늘 노심초사한다.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등산화를 신었지만, 빙판길 앞엔 장사가 없었다. 탐방로 옆 경사 진입을 막는 밧줄을 잡고 어정쩡한 자세로 걸었다.

13일 오전 10시께 찾은 세계유산 남한산성에는 평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방문객 행렬이 이어졌다. 탐방로도 예외는 아니었다. 산책과 트레킹을 즐기려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탐방로로 향했다. 등산화를 신고 등산 막대까지 챙긴 시민들과 운동화에 가벼운 차림으로 온 이들도 있었다.

탐방로 초입에는 '빙판길 주의, 아이젠을 착용해주세요'라고 쓰인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남한산성을 관리하는 경기도남한산성세계유산센터 측이 올 겨울 빙판길에 미끄러져 부상입은 3명의 탐방객에게 손해배상을 해 사후조치를 한 것이다.



이날 탐방로에는 입춘이 지나고 기온은 올라 점차 겨울의 흔적은 사라지고 있었지만, 여전히 곳곳에선 빙판길을 볼 수 있었다. 빙판이 된 경사로에서는 방문객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둔해졌다. 자세를 웅크리고 다리에 온 힘을 주고 걷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가벼운 산책을 위해 장비 없이 운동화를 신고 탐방로를 방문한 시민들의 발걸음은 더욱 위태로웠다. 탐방로 군데군데 미끄럼 예방을 위한 연탄들이 보였지만, 이 연탄이 뿌려진 곳은 한 곳에 불과했다.

시민들은 미끄러져 골절 부상을 당할 위험이 큰 노년층의 방문이 잦음에도 빙판길이 이어지는 것에 불안을 표했다. 탐방로에서 만난 김모(64)씨는 "날씨가 따뜻해져서 탐방로를 산책하기 위해 방문했는데 여전히 빙판길이 있는 구간이 있어서 당황했다"며 "노년층이 자주 찾는 길인데 넘어져서 뼈라도 부러지면 어떡하나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경기도남한산성세계유산센터 측은 방문객의 부상 방지를 위해 제설에 신경을 쓰고는 있다는 입장이다.

경기도남한산성세계유산센터 관계자는 "눈이 내리면 즉각적으로 제설하고 있지만, 탐방객이 밟으면서 빙판이 되는 부분이 있다. 인력들이 일일이 손으로 깨거나 포클레인을 통해 빙판을 없애고 있다"며 "탐방로가 황톳길인 탓에 파손을 방지하기 위해 염화칼슘 사용이 제한된다. 탐방로의 제설이 미흡한 부분은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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