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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후보공약 못 듣고, 투표용지 못 보는 '불편한 참정권'

김지원
김지원 기자 zone@kyeongin.com
입력 2024-02-22 20:53 수정 2024-03-04 17:03

[배리어프리(barrier free)* 경기도 2024 총선·(上)] 장애인, 아직은 높은 선거 문턱


경기도 유권자들 접근성 불편 지적
유세 때마다 수어통역사 대동 한계
잘모르는 동행인 말만 믿자니 의심
점자·QR코드·USB형 실효성 의문

 

*배리어프리 (Barrier Free):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편하게 살아갈 수 있게 물리적인 장애물, 심리적인 벽 등을 제거하자는 운동 및 정책을 말한다.

1천300만 경기도민 중 4%를 차지하는 도내 58만 장애인, 이들의 표심은 어디를 향할 것인가. 선거 때마다 반복해서 지적되는 장애인 접근성에 대해 도내 유형별 장애인들을 만났다.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다가올 2024년 총선의 배리어프리(장애인 친화환경) 방향성을 모색해본다. → 편집자 주

수원시에 사는 청각장애인 A씨는 요즘 모르는 번호로 하루에도 수차례 전화가 온다. 평소엔 모르는 지역번호로 오는 전화는 무시하는 편이지만 여러 번 연락이 오니 중요한 전화인 듯싶어 상대방 목소리를 수어로 전달해주는 손말이음센터에 중계를 요청한다. A씨에게 요즘 걸려오는 전화는 대개 총선용 여론조사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A씨는 선거가 끝날 때까지 지인 외에 전화는 중계 요청을 하지 않기로 했다.

A씨는 때마다 다가오는 선거에 도통 관심이 생기질 않는다고 한다. 거리에서 유세하는 정치인들의 구호도, 열성적인 지지자들의 환호도 모두 남 일처럼 느껴진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는 유세 현장에서 수어통역사와 함께 하는 후보를 봤다는 다른 청각장애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국회의원 선거와 같이 후보자가 많은 선거에선 유세 현장마다 수어통역사가 함께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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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민의 4%를 차지하는 장애인들이지만, 그들을 위한 배려가 부족한 현실이다. 사진은 선거투표소에서 투표하는 모습. /경인일보DB

용인시에 사는 중증 시각장애인 B씨는 투표소에 같이 들어가는 보조인이 자신과 정치성향이 같았으면 좋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가족 없이 홀로 사는 B씨는 지난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보조인과 함께 기표 부스에 들어갔지만 잘 모르는 동행인이 자신의 의사대로 투표했을지 믿는 수밖에 없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시각 또는 신체의 장애로 인해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은 가족이나 본인이 지명한 2인을 동반해 투표를 보조하게 할 수 있지만, 가족이 없는 B씨는 잘 모르는 시각장애인 활동보조사를 지정할 수밖에 없었다. 2인을 동반해야 하는 규정도 있었지만, 해당 규정을 숙지하지 못한 투표소 현장에선 이를 딱히 제지하지 않아 그는 활동보조사와 들어갔다.



도내 시·청각 장애인을 포함한 여러 유형의 장애인들은 여전히 선거가 장애인에게 친절하지 않은 제도라고 입을 모은다.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는 지속적으로 장애인을 위한 점자, 수어 통역, QR코드형, USB형, 쉬운 설명 등 선거 관련 안내와 제도 개선을 이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영연 팀장은 "매번 선거철이 끝나면 자신들의 참정권이 침해당한 부분에 대해 상담이 많이 들어온다"면서 "정책이나 지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거나 지켜지지 않는 부분들이 있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없으면 선거 때마다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고 밝혔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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