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항겪는 지방의료원 수요 분산
외래진료 오후 8시까지 연장에도
환자들, 야간 이용률 '매우 저조'
열악한 시설·부족한 인력 단점에
상대적 여건 좋은 대형병원 찾아
의대 증원 방향성 대한 시사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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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추진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1주일째 이어진 26일 오전 경기도내 한 대학병원이 환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2024.2.26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 등 의사들의 현장 이탈로 의료공백이 가속화 하고 있지만, 정작 대체수단으로 제시된 지방의료원으로의 수요 분산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경기도의료원 6개 병원 중 비교적 다른 대형 종합병원 등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수원병원의 경우 의료 수요가 몰리기는커녕 내원한 환자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공백 속에서도 대형병원을 고집하는 의료 수요 때문으로 분석되는데, 의대 증원 및 증원의 방향에 대한 시사점을 주는 현상이란 분석도 나온다.
26일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에 따르면,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수원병원에는 평소보다 적은 수의 응급실 이송 환자와 내원 환자가 찾았다.
평균적으로 금요일 40명, 토요일 50명, 일요일 70명 가량이 응급실을 찾지만 지난 23일부터는 각각 22명, 26명, 45명이 찾았다.
외래 진료도 500여명이 평균 환자 수이지만, 23일엔 435명이었다.
지난 23일부터 보건의료재난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면서 공공병원의 외래 진료시간이 기존 오후 5시 30분에서 8시까지로 연장됐지만 공공병원에서 야간 진료를 이용하는 환자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수원병원에서는 1명, 이천병원에서는 5명이 찾았고, 안성병원과 의정부병원에서는 1명도 연장된 시간에 병원을 찾지 않았다.
의료 대란의 여파로 도내 상급종합병원에는 심각한 진료 대기 등이 발생하고 있지만 도내 공공병원을 찾는 도민이 많지 않은 것이다.
실제 이날 오전 10시께 수원병원에는 접수·수납 창구에 대기가 거의 없었다. 응급실에서 근무 중인 수원병원 관계자 또한 "평상시와 다름이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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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추진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1주일째 이어진 26일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4.2.26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
이는 환자들이 의료시설이나 인력이 취약한 공공병원보다는 원래 다니던 병원 혹은 큰 병원을 찾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남편이 어지러움을 호소해 도내 한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을 방문한 나모(65)씨는 "응급요원에게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인해 해당 병원으로 이송되면 시술 등이 늦춰질 수 있다고 고지 받았지만 이곳으로 고집해 왔다"며 "12년 전 심근경색 당시 수술받았던 곳이기도 하고, 공공병원의 인력과 시설이 열악하다고 이야기를 들어서 그랬기도 하다"고 말했다.
아내의 자궁경부암 수술을 위해 도내 한 상급종합병원에 온 조모(59)씨는 "예전에는 수원의료원도 종종 갔던 것 같은데, 주변에 큰 병원들이 많아지니 더 이상 찾지 않게 된다. 다들 간단한 처치가 아니고선 굳이 수원병원을 찾는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결국 공공병원의 여건과 의료의 질이 국민 인식에 맞게 담보돼야, 비상상황에 공공의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서영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준) 사무국장은 "코로나 환자를 전담으로 맡으며 당시에 내보냈던 일반 환자가 이미 다른 병원에 정착했다는 것도 일반 환자들이 공공병원을 찾지 않는 이유 중 하나"라며 "국가가 공공병원 인력을 책임지고 양성해 배치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의료원 관계자는 "아무래도 상황의 심각성이 알려지다보니 내원을 자제하는 분위기인 듯하다. 또한 야간 진료는 아직 홍보가 부족했기 때문이며, 환자 수 감소는 한정된 기간이라 유의미한 수치가 아닐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기도는 지난 23일부터 도지사를 본부장으로 하는 도 재난안전대책본부로 격상해 운영 중이며, 집단행동 상황에 따라 경기도의료원의 주말과 휴일 진료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영지기자 bbangz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