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참여 염성오 애국지사 손자 염수경씨
"태극기 제작 14개월 옥고… 거실에 서대문형무소 조부사진 걸어놔"
'학도병 반대운동' 정홍택 선생 부인 김혜영씨
"함께 체포된 이들중 4명이 옥사 탄압 극심… 역사 자료 찾기 집중"
"일제에 탄압을 받아도 나를 도와줄 나라가 없다는 데 비통한 마음이 컸다고 했습니다. 조부는 강화 만세운동을 전개한 이후 갖은 고초로 병들었지만, 후회 한번 없이 조국을 되찾는 데 일조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사셨습니다."
105년 전 인천의 3·1운동에 참여하고 심한 고초를 겪은 애국지사의 뜻을 기리는 이들이 있다. 강화군에 거주하는 염수경(88)씨도 그중 하나다.
그의 조부 염성오(1877~1947) 선생은 강화만세운동을 주도한 인물이었다. 염씨는 조부를 떠올리며 "만세운동을 주도했다는 혐의로 갖은 고문을 받은 탓에 풀려난 뒤에는 농사조차 짓지 못할 만큼 극심한 후유증을 앓았다"고 말했다.
강화 만세운동은 1919년 3월18일 강화읍내 장날에 약 2만명의 군중이 독립만세를 외치며 일제에 항거한 시위다. 염성오 선생은 길직교회 권사 유봉진(1886~1956) 선생 등이 계획한 강화 만세운동을 위해 자택에서 태극기를 제작하고 주민들을 결집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당시 보부상을 했던 그의 누이 염열녀씨도 동참해 곳곳에 태극기, 독립선언서를 배부하는 등 가족이 강화 만세운동 준비에 조력했다.
염성오 선생은 이듬해 3월 경성복심법원에서 '소요 및 보안법위반' 혐의로 1년 2개월간 옥고를 치렀다.
염수경씨는 "지금도 자택 거실 한가운데 서대문형무소에서 찍힌 조부의 사진을 크게 인화해 걸어뒀다"며 "앞으로도 독립유공자 유족으로 구성된 단체에서 애국지사들의 정신과 업적을 알리는 활동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일제 말기 학도병 반대운동 항일투쟁에 나섰던 독립유공자 유족들도 여러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애국지사 정홍택(1923~2011) 선생 부인인 김혜영(82·서구)씨는 "과거 학도병 반대운동 등 여러 항거 운동은 시간이 많이 지나면서 기록이 많지 않다"며 "독립유공자들의 업적이 제대로 조명되도록 역사 사료를 찾거나 행적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정홍택 선생은 일제 말기인 1938년 인천공립상업학교(현 인천고등학교)에 재학 중 일본인 교장의 민족차별에 분개해 항일투쟁조직 오륜회를 만들었다. 이어 1943년 서울에서 인천상업학교 졸업생들과 함께 학도병 반대운동을 전개하다가 일본경찰에 체포됐다.
정홍택 선생은 조국 광복 직후 출감됐다. 함께 붙잡혀 온 동지 4명이 옥사할 정도로 탄압이 극심했다. 정홍택 선생은 당시 일본경찰들이 거꾸로 매달아 코에 물을 들이붓거나 손톱 밑을 바늘로 찌르는 등 고통이 컸던 투옥 생활을 가족들에게 털어놓기도 했다.
김혜영씨는 "일제는 조국독립을 위해 투신했던 청년들이 버티지 못할 만큼 잔인한 방법으로 괴롭혔다"며 "조국 독립에 힘쓴 인물과 역사를 소상하게 남겨서 후손들이 그 정신을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