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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그 자체에 귀기울인 '시인의 언어'

유혜연
유혜연 기자 pi@kyeongin.com
입력 2024-03-21 18:57

문학과지성 '599번째 시인선' 이장욱 신작


■ 음악집┃이장욱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180쪽. 1만2천원

음악집
매년 3월21일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시의 날'이다. 일상에서 쓰는 말이 아닌, 시인 고유의 언어가 펼치는 시어들은 곱씹을수록 사유의 지평을 넓힌다. 문자를 아주 정교하게 벼르고서 완성해낸 어느 시인의 시집은 '세계 시의 날' 독자에게 어떤 울림을 줄 수 있을까.

문학과지성 시인선의 599번째 작품, 이장욱 시인의 신작 '음악집'에는 존재 그 자체를 들여다보는 시 55편이 수록됐다. 시인은 어떤 상황에 담긴 의미를 찾는 데 몰두하기보단, 현상을 그저 세심하게 살핀다.

"슬프지. / 슬프죠. / 어디선가 옛 노래가 들려왔는데…. / 낯익고 그리운 음색이었는데…. / 속삭이는 목소리로 가수는 / 검지를 세워 코 위에 올린 채 내 귀에 대고 말했다. / … / 쉿! / 잠깐만, / 잠깐만, / 너는 아직 아무것도 못 들었다니까."(이장욱 時 '재즈 싱어')



현실과 환상의 모호한 경계를 유영하듯 자유롭게 오가는 시인의 시선은 인간을 휘감고 있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에 머문다. 누군가를 원망하지도, 구원을 바라지도 않는 초연한 태도는 역설적인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쓸쓸함을 짙게 하는 동시에 우리를 둘러싼 세상과 한층 더 가까워진 듯 연결된 기분에 사로잡힌다.

이장욱 시인은 앞서 지난 2006년 출간된 시집 '정오의 희망곡'으로 독자들에게 친숙하다. 1994년 '현대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후, 시뿐만 아니라 소설과 비평까지 종횡무진하면서 그의 신작을 기다리는 팬층도 어느새 두터워졌다. 이번 신작 '음악집' 역시 출간된 직후 유명 시집 전문 서점인 '위트 앤 시니컬' 등에서 일찌감치 매진이 이어졌다.

윤소진 문학과지성사 편집자는 "이번 책 표지에는 시인이 그린 자화상이 들어가 있어 선생님의 팬들에게도 소소한 재미를 주는 것 같다"며 "지난 시집과 달리 전형적인 해설에서 탈피해 모든 시에 시인의 후기를 달았다. 시와 시인의 후기를 통해 독자들이 자신만의 방법으로 '음악집'을 읽어가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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