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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눈높이 '벗어난' 의원 국외출장… 인천 10개 군·구의회, 내달부터 잇따라 일정

변민철
변민철 기자 bmc0502@kyeongin.com
입력 2024-03-24 19:35 수정 2024-03-25 14:32

결과보고서 제출 감사대상 예외
사전 심사위, 이해관계자로 구성

단순 관광 위주… 시찰 의미 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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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10개 군·구의회 의원들의 외유성 일정이 다수 포함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제9대 인천시의회 배지. /경인일보DB


인천 10개 군·구의회 '공무국외출장' 일정이 잇따라 잡히고 있다. 연수 목적의 해외 출장은 외국의 선진적 정책 등을 배운다는 취지인데, 관광지 방문 등 '외유성' 일정이 다수 포함되면서 매년 적절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공무국외출장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출장 심사를 강화하는 등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4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 10개 군·구 중 5개 기초의회(동구·미추홀구·부평구·서구·강화군) 의원들은 다음 달부터 순차적으로 해외 출장을 간다. 옹진군의회는 2월 말~3월 초 일정으로 대만을 다녀왔으며, 나머지 중구·남동구·연수구·계양구의회는 하반기에 해외 출장을 추진할 예정이다.

각 기초의회는 해외 출장에 앞서 '공무국외출장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예산과 일정 등을 심사받고 있다. 공무국외출장은 해외 선진 도시의 우수 제도와 정책을 파악하는 등 지방의회 역량 강화를 위해 추진된다.



그러나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에 이르는 혈세가 들어가는 만큼 주민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지난해 인천지역 광역·기초의회 의원들은 일본과 베트남, 멀게는 유럽 각지를 다녀왔는데 의원 1인당 쓴 예산이 300만~500만원에 달했다.

지난해 5월 미추홀구의회는 의원 15명과 직원 6명이 7박9일 일정으로 독일과 스웨덴을 방문했는데, 무려 1억500만원의 예산이 지출된 것으로 알려져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전세사기를 당해 전셋집에서 내쫓길 처지에 놓인 미추홀구 주민들이 정부와 지자체 등에 도움을 호소하고 있을 때다. 다만 의원 개인 사유 등으로 최종 출장 인원은 총 15명(예산 6천800만원)으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성명을 통해 "출장 일정표를 보면 공식 방문 기관은 4곳, 시설 견학 위주인 공식 시찰은 3곳인데 이마저도 미추홀구의회 업무와 관련 없거나 단순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이라며 "유럽 관광 연수 계획을 중단하고 전세사기 피해와 민생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공무국외출장이 의원들의 '연수' 목적이라곤 하는데, 대부분 관광지를 위주로 견학하는 일정이 많다"며 "연수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지역 현안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지 않은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에는 중구의회가 지역 철도자원 활용과 원도심 관광 활성화 방안 등을 모색하겠다며 5천500만원의 예산을 들여 프랑스·스위스·이탈리아로 출장을 떠났다가 원성을 샀다. 7박9일 일정 가운데 관계 기관 방문은 2곳뿐이었다.

지방의회의 해외 출장을 심사하는 공무국외출장심사위원회는 이해관계가 얽힌 지역단체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경우가 많다. 출장을 다녀와 제출해야 하는 결과보고서도 의회 홈페이지에만 게재할 뿐 별다른 감사를 받지 않는다.

고경훈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방의정연구센터장은 "(공무국외) 출장을 심사하는 위원회를 공신력 있는 기관이나 외부 인사들로 구성해 엄격하게 출장 일정을 심사할 필요가 있다"며 "출장 후 제출하는 결과보고서를 모니터링하는 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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