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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리뷰] 해조류에서 메타휴먼으로… 디지털 인류 종의 기원 '얄루, YALOO'

구민주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입력 2024-04-07 18:51 수정 2024-04-10 17:16

경기도미술관, 신진작가 지원전 열어


IBK기업銀과 함께 진행… 첫 결과물
태초의 시기부터 '기묘한 세상' 체험
생명 근본과 인간 결합, 강렬한 인상

얄루의 루
'얄루, YALOO'의 작품 '루'.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경기도미술관과 IBK기업은행이 함께 진행한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의 결과물이 올해 첫 전시로 관람객을 만났다. '얄루, YALOO'는 전시 제목이자 작가의 이름이기도 하다.

얄루 작가는 자신만의 세계관과 감각적인 영상언어로 디지털 영상 이미지를 탐색하며, 우리 일상에서 경험하는 디지털 무빙 이미지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고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

작가의 작품은 생일날 먹는 '미역국'에서 시작됐다. 해조류는 지구 태초의 시기부터 생명력을 이어온 존재이자, 다시마는 지구 모든 생명체 가운데 처음으로 암수 성별 구분을 지닌 생명체이다.

작가는 이러한 사실을 발전시켜 해조류의 특징을 결합한 신인류를 예측하는 작업들을 선보인다. 그리고 인간과 비인간이 공존하고 또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이야기들을 감각적으로 담아냈다. 이는 단지 개인을 중심으로 한 것이 아닌, 공동체에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하는 세심한 관심과 연대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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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미술관 & IBK기업은행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 수상작가전 ‘얄루, YALOO’의 작품 ‘못’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전시장을 들어서면 마치 기묘한 세상에 온 듯하다. '못', '문', '루' 작품은 마치 연못이 있는 정원을 지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보이는 풍경처럼 유기적으로 흘러간다.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과 과감한 도전들로 물들어 있는 작품은 민속 문화나 한국의 대중문화 등 작가의 경험과 기억이 다양한 모습으로 발현되어 있다.

작품 '못'은 마치 정원의 작은 연못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다채롭게 움직이는 다양한 생물 또는 사물은 한없이 깊은 바닷속을 보여주는 듯했다. 또 아주 오래된 과거로부터 쌓여온 것 같지만, 달리 보면 또 다른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물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어떤 아름다움과 두려움, 경외와 기괴함이 뒤섞인 세계는 유유히 헤엄치며 찰랑이는 물속의 몽환적 분위기도 풍겨낸다.

'못'을 지나 '문'으로 가기 전 마치 색색의 연등이 매달려 있는 것처럼 마스크팩의 모습을 본딴 조각들이 늘어서 있다. K-뷰티의 상업적 성공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이곳을 지나가면 익숙하면서도 날 것과 같은 비계로 지어진 '문'이 있다. 못에서 문을 통해 루로 향하는 전이공간으로 작품을 두루 조망할 수 있는 연결고리이다. 베일로 덮인 문은 다른 공간이 보일 듯 말 듯한 신비감과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마지막 '루'에서는 '메타휴먼'이 등장한다. 아기-아가씨-할머니 미역인간으로 이어지는 서사에는 작가가 생각하는 신인류의 모습이 담겨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호모 폴리넬라'는 스스로 해조류와의 결합을 선택해 유전자 조작으로 새로운 종이 된 신인류를 말한다.

해조류의 생명력, 그 안에 담겨진 생명의 근본과 인류가 결합된 새로운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작가의 작품 속 메시지는 근미래를 바라보고, 질문한다는 것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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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미술관 & IBK기업은행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 수상작가전 ‘얄루, YALOO’의 작품 ‘문’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전시는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워하는, 관람객들이 가지고 있는 틀을 깨볼 수 있는 요소들도 있다. 못은 영상 주변에 낮은 담처럼 둘러진 길을 따라 걷거나 영상 위를 걸어보며 좀 더 몰입감 있게 작품을 느껴볼 수 있다. 못 주변으로 각각의 공간에서 다르게 들리는 소리를 들어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된다.

루에서는 앞에 드려진 스크린과 벽 사이를 걸어가 볼 수 있다. 흘러나오는 영상과 영상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장면들 그 사이를 걸어가며 공간을 바라보면 어떠한 경계를 가로지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번 전시는 경기도미술관에서 6월 23일까지 계속된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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