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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고 거친 바다의 푸른빛… 내적갈등을 담은 고뇌 투영

박경호
박경호 기자 pkhh@kyeongin.com
입력 2024-04-08 19:18

[전시리뷰] 故공성훈 '바다와 남자' 展


인천 선광미술관 6월1일까지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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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성훈 作 '바닷가의 남자'.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인천 중구 선광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고(故) 공성훈(1965~2021)의 개인전 '바다와 남자' 전시장에 들어서면 제주 곶자왈을 소재로 한 그의 마지막 작업인 '웅덩이'(2019) 연작이 펼쳐져 있다. 감상자로 하여금 곶자왈에 들어온 느낌을 주도록 전시됐다. 작가가 바라본 풍경을 그렸다기 보단 심우현 선광미술관장 설명처럼 "마치 숲이 '내 안'으로 들어오는 경이로운 경험"으로 보인다.

인천 출신 공성훈은 작가 후반기 제주 바다의 풍경을 담는 데 천착했다. '바닷가의 남자'(2018)에선 바위 위에 서서 어둡고 거친 바다를 바라보는 한 남자, 즉 작가 자신을 그려 넣었다. 작가가 서 있었던 듯한 바위 위에서 격정적으로 휘몰아치는 '파도'(2019) 속에선 또 그 남자는 사라졌다.

공성훈은 생전에 "작품 중에 '심연의 바다'가 종종 등장하는데, 숭고한 자연 그 자체보다는 자연의 힘을 빌려 우리 시대의 정서, 심리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자신의 작업을 설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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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성훈 作 '파도'.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창작 전반기에 공성훈은 전위적이고 실험적이며 개념적 작업에 몰두했다. 그의 전반기 작업을 담은 도록은 선광미술관 전시장에서 볼 수 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다시 회화로 돌아가더니, 말년엔 프러시안 블루 색상의 거친 바다를 주로 그렸다. 고인이 된 작가에게 그 의도를 물을 순 없으나,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의 후반기 작업에 대한 다양한 담론이 펼쳐지고 있다.

선광미술관은 지난 6일 오후 심상용 서울대미술관장,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 하계훈 미술평론가를 초청해 '아티스트 토크' 프로그램 가졌다.

심상용 관장은 "프러시안 블루는 공성훈의 풍경 안 풍경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고, 그 색은 불안한 인간의 현실과 삶의 지독한 고뇌의 색"이라며 "모든 푸른 단위들에 그의 내면의 갈등과 갈망이 담겨 있으며 바람이 불고 파도가 들이치는 것도 다르지 않다"고 했다. 전시는 6월1일까지 이어진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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