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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SK고택(古宅)

강희
강희 hikang@kyeongin.com
입력 2024-04-11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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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표 안감과 봉황새 이불감을 아시나요.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공장에서 불타고 흩어진 부품을 모아 고물 직기(織機)를 조립해서 생산한 제품들이다. 1954년 닭표 안감은 루스터(Rooster·수탉)라는 상표를 붙여 판매했는데 빨아도 줄지 않는 고품질 인조견은 단숨에 동대문시장을 평정했다. 이어 1958년 5월 출시한 봉황새 이불감도 날개 돋친 듯 팔렸다. 당시 신부들의 필수 혼수품으로 10년 넘게 베스트셀러였다. 1962년에는 '메이드 인 코리아' 인견을 국내 최초로 수출하기도 했다. 기름때 묻혀가며 기계를 수리하는 최종건 창업회장의 열정과 단호한 결단력, 품질 제일주의로 직물업계 최강자가 됐다. SK그룹의 모태인 선경직물의 성공 스토리다.

1953년 4월 8일 창립한 SK그룹이 71주년을 맞아 SK고택(古宅)을 공개했다. 최종건 창업회장과 최종현 선대회장이 태어나 40년을 보낸 생가를 복원해 오는 15일부터 시민에게 개방한다. 두 회장의 부친 최학배 공과 이동대 여사는 1921년 수원 평동에 터를 잡았다. 'ㄱ'자 구조의 수원식 한옥에서 4남4녀 8남매를 키웠다. 고택은 1천111㎡(약 336평) 대지에 한옥기념관(75㎡)과 전시관(94㎡)으로 구성됐다. 제사를 모시던 대청마루와 안방에는 다리미, 재봉틀, 자개상 등 가족들이 실제 사용하던 물건이 놓였다. 손주들의 선물을 보관하던 다락, 손때 묻은 책이 있는 공부방도 되살렸다.

한옥 처마에는 학유당(學楡堂) 현판이 붙었다. 최학배 공의 학(學)자와 느릅나무 유(楡)에서 따왔다. 중국 한나라를 세운 유방이 고향 산시성의 느릅나무 두 그루를 낙양으로 옮겨 심고 신성한 공간으로 여겼다는 유래와 같이 '창업자의 고향'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최태원 회장의 모친 고(故) 박계희 여사의 필체를 재현했다.

SK그룹의 기업정신은 수원에서 태동했다. SK일가의 본관이 수원(수성 최씨)이니 수원사랑은 각별하다. 선경도서관, 수원SK아트리움, SK청솔노인복지관 등 곳곳에 나눔과 상생이 스며있다. "기업은 사회에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 빚을 지고 있는 것이다." 최종현 선대회장의 경영철학을 엿볼 수 있는 어록이다.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SK의 심벌마크는 행복날개다. SK고택처럼 고귀한 창업정신은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부른다.



/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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