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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대] 왕이 된 오리(권력과 리더십)

입력 2024-04-17 19:47

총선때 정당 지도층 리더십 아쉬워
우화에서 어설프게 왕 추대된 오리
동물들 틈 눈치만보다 비참한 최후
책임 없이 일방 명령땐 잇단 불화만
카리스마보단 조언 종합때 더 합리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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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광 콘테스타컨설팅 대표·한국조직문화연구소장
전쟁과도 같은 치열했던 22대 총선과정이 끝났다. 되돌아보면 역시 정당들의 지도층의 리더십 문제가 아쉬움으로 남는다.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민생경제 개선에 대한 정책 경쟁보다는 표를 얻기 위해 서로를 헐뜯고 상대를 생채기 내기 위한 싸움에만 혈안이다 보니 국민에게는 볼썽사납고 천박한 모습만 남기고 사라졌다.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 무관심만 남는다.

정치란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일련의 활동이라고 사전적으로 정의되는데, 이 과정에서 정치 리더들의 올바른 가치관과 리더십이 요구된다. 이솝우화 하나를 소개해 본다. 옛날 숲에서 동물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해 줄 왕을 뽑기로 하였다. 이 소식이 온 숲에 전해지자 사자, 독수리, 악어가 후보로 나왔다. 각자 자기들이 왕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힘겨루기를 한다. 이때 갑자기 오리가 나타나서 "땅과 하늘 그리고 물에서도 살 수 있는 동물이 왕이 되어야 해"라고 외쳤고, 동물들은 "세상에 그런 동물이 있다면 당연히 그가 왕이 돼야지"라며 모두의 찬성으로 오리를 왕으로 추대하였다. 그리하여 달릴 수 있고 날 수 있으며 헤엄도 치는 오리가 왕이 되었다. 두루 원만한 결정 같아 보이지만 오리는 사자, 독수리, 악어를 만나면 상대가 되지 않을뿐더러 어설픈 능력으로 왕의 욕심을 냈지만 거친 동물들 사이에서 눈치만 보다가 결국에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고 만다.

훌륭한 리더의 선택도, 훌륭한 리더십의 발휘도 어려운 일이다. 리더십과 권력은 동전의 앞뒤와 같아 쉽게 혼돈한다. 리더가 책임은 지지 않고 일방적 지시와 명령에만 의존한 권력을 행사한다면 구성원과 리더와의 괴리감, 소외감으로 불화가 끊이질 않고, 조직문화는 저질화, 경직화되고 불안감과 공포감으로 업무성과의 소극화를 초래한다. 화무십일홍, 예쁜 꽃도 열흘이면 시든다. 옛 속담 '정승 집의 개가 죽으면 문상객이 들끓어도 막상 정승이 죽으면 문상객이 뜸하다'는 권력의 무상함을 잘 나타내는 말이다. 권력이란 타인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권리와 힘으로 정의된다. 정치이론에서는 상대방에게 원치 않는 행동을 강제하는 정치인들의 특권이다. 오늘날 정치권력은 국가권력을 의미한다. 특히 국가나 정부가 국민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강제력을 이른다. 권력은 사회관습, 법 등 사람의 욕망을 통제하는 정당성(legitimacy)을 획득했을 때 이는 권위(authority)가 되어 사람들을 통솔한다.



한편, 리더십은 지구상에서 인간에게 가장 덜 이해된 현상이며 영원한 숙제이다. 리더십이란 바라는 바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개인과 집단의 행동을 방향 짓고 생기를 불어넣으며 영향을 미치는 능력이다. 리더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권력을 그 수단으로 활용한다. 이때 권력은 목표의 성취를 촉진하는 수단이다. '물건을 훔치면 도둑이 되지만 사람의 마음을 훔치면 리더가 된다'는 말과 같이 리더십의 핵심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리더십은 매니지먼트가 그러하듯이 과학(science)이기보다는 기법(art)적인 측면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훌륭한 리더십의 기초는 조직의 사명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이의 달성을 위한 목표의 설정과 우선순위와 기준을 정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올바른 리더와 틀린 리더를 구분하는 기준은 그들이 세운 목표에 달려 있다. 진정한 리더는 자신이 우주를 통제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고 있다. 카리스마는 리더들로 하여금 잘못된 행동을 하도록 하는 원인이 된다. 20세기에 스탈린, 히틀러 그리고 모택동보다 더 카리스마적인 지도자도 없었다는 것을 역사로 알고 있지만, 이들은 인류에게 엄청난 죄를 저질렀으며 많은 고통을 안겨 주었다. 그들은 '틀린' 지도자들이었다. 반면 세종대왕, 이순신, 링컨은 옳았음이 판명되었다. 리더에게 과도하게 집중되어있는 의사결정의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참모들의 제안과 조언을 종합하여 최종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혼자만의 결정보다는 합리적이며 이성적일 수 있다. 셰익스피어가 말했던가. '왕관을 쓴 머리는 언제 건 편안히 잠드는 법이 없어라'.

/이세광 콘테스타컨설팅 대표·한국조직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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