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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총선은 끝났고 박탈감만 남았다

김태성
김태성 mrkim@kyeongin.com
입력 2024-04-17 19:43 수정 2024-04-17 22:52

국민의 심판 마무리에도 끝 개운치 않아
양문석, 편법 대출 논란 선관위 고발당해
공영운, 부동산 증여 '아빠 찬스' 시끌 등
차악 뽑는 유권자 악용하는 정당 얄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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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성 정치부장
총선은 벚꽃처럼 짧았다. 불과 3주 전 민심의 선택을 호소하며 어깨띠를 둘러맸던 후보들은, 이제 당선인 신분이 돼 그동안 조였던 어깨를 활짝 펴고 걷고 있다. 국회에 입성하면 국회의원만의 다양한 특권도 누릴 수 있다. 며칠간 고개 숙인 대가는 상상 이상으로 크다. 범죄를 저질러도 구속되지 않는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은 대한민국 국회의원에게만 있는 일종의 'VIP패스'다. 연봉도 '신의직장' 급이다. 서로를 주적처럼 여기다가도 세비 인상할 때 만큼은 기적처럼 협치가 가능해진다. 지난해 국회는 자신들의 올해 연봉을 1.7% 오른 1억5천700만원으로 확정한 바 있다. 여기에 보좌진, 차량, 유류비, 사무실 지원, 후원금 등을 따지면 국회의원의 실질연봉이 5억원이 된다는 분석도 있다. 복지 천국 유럽의 국회의원도 부럽다고 하는 게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특권이다.

총선은 국민의 심판이라는 결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끝이 개운치는 않다. 극렬했던 네거티브 선거전의 상처는 후보자에게만 남은 게 아니다. 국민의 마음에도 생채기가 생겼다. 단순히 '저질 정치'를 탓하는 게 아니다. 또 그들에게 주어진 혜택에 대한 배아픔 만이 아니다. "이런 방법도 있었구나", "이렇게도 하는구나" 부의 축적 방식에 대한 한탄과 감탄(?)이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안산갑 양문석 당선인은 후보 시절 편법 대출 논란이 불거졌다. 2020년 8월 서울 서초구 잠원동 소재 아파트를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31억2천만원에 매입하는 과정에서 당시 대학생이었던 딸 명의로 대구 수성 새마을금고에서 약 11억원을 사업자금 명목으로 대출받아 대부업체 대출금 등을 충당한 사실이 드러났다. 양 당선인은 총선 직전 재산 축소 신고 혐의로 선관위에 고발당한 상태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에게 밀려 낙선했지만 더불어민주당 공영운 후보의 부동산 증여 문제도 만만치 않은 논란이 됐다. 서울 성수동 부동산 취득 과정에서는 현대차 임원 출신인 공 후보가 2017년 성수동 다가구주택을 내부 정보를 활용해 11억여원에 구입했다는 의혹과 더불어 이 주택을 2021년 4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기 직전 당시 만 22세로 군 복무 중이던 아들에게 증여해 '아빠 찬스' 논란도 나왔다. 이 뿐만이 아니다. 조국혁신당의 비례대표 박은정 당선인은 '검찰정권 심판'을 주장했지만, 검찰출신 남편의 40여억원 수임 논란과 관련해서는 "남편은 (변호사 개업 후 약 1년간) 160건을 수임했기 때문에 전관예우가 있었다면 160억원은 벌었어야 한다"고 주장해 혀를 차게 했다.

우리사회 기득권층이 또다시 기득권을 활용해 국회에 입성하고, 더 큰 특권을 누리게 되는 게 대한민국 국회와 정치의 현실이다. 이런 방식엔 여·야도, 진보와 보수도 없는 듯하다. '최악'보다 '차악'을 뽑는데 익숙해 졌지만, 이 익숙함을 공천에 악용하는 정당들이 얄밉기만 하다. "4년간 도대체 뭘 했나?"라는 부실한 의정 활동을 의심받는 중년의 남·여 의원들이 선거 때만 되면 다시 각성해 운동화 끈을 고쳐매고 철야 선거운동에 나서는 이유도 다 이런 '권세'와 '부귀영화'에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국회 상임위 시간에 코인 투자를 하다 걸린 일도, 이들에겐 '운'이 없었다고 치부되는 이유다.



총선이 끝났지만 남은 건 국민들의 박탈감뿐이다. 이런 특권이 없어도 낙천이 횡사(橫死)에 비유되고, 공천과 사천의 논쟁이 생길까? 총선 과정에서 불체포특권 폐지 무노동·무임금 같은 주장이 여·야에서 제기됐지만, 이를 스스로 지키지 않으리란 걸 우린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나마 국회의원 세비를 최저임금의 3배로 연동해 기득권을 타파하자고 공약한 녹색정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원내에 끼지도 못했다. 개혁을 외치는 정치권은 자신에 대한 개혁에는 매우 관대하다. 특히 국회는 스스로 개혁할 수 없는 존재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속지만 또 믿어주는 것도 유권자다. 우리는 또 얼마나 오래, 심판의 시간을 기다려야 할까?

/김태성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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