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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리뷰] 수원시립미술관 소장품 상설전 '세컨드 임팩트'

유혜연
유혜연 기자 pi@kyeongin.com
입력 2024-04-22 18:54 수정 2024-04-22 19:03

원작·복제품 나란히… 그들이 마주한 까닭


미술품의 원본·모방 '상호보완적 관계'
형태 똑같은 3D조형물로 뻗은 주제의식
현재, 경계 더 희미해져… 9월22일까지


수원시립미술관
수원시립미술관 소장품전 '세컨드 임팩트' 전시실 모습. 홍순모 作 '나의 죄악을 씻으시며'를 인형탈로 구현한 연계 창작물. 2024.4.17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미술관에 등장한 사람 형태의 인형탈. 잿빛의 커다란 형상이 거울 앞에서 이리저리 몸을 움직인다. 이 장면을 바로 뒤쪽에 있는 원본 작품, 홍순모 작가의 '나의 죄악을 씻으시며(1990)'가 가만히 바라본다. 원작을 오마주한 인형탈은 의도적으로 겉모습을 과장되게 표현했다. 관람객은 어떤 감상을 품고서 두 작품 사이를 오갈까.

수원시립미술관의 2024 소장품 상설전 '세컨드 임팩트'는 원본과 복제의 미묘한 관계를 주제로 삼아 다양한 소장품들을 소개한다.

전시는 영국 시인 에드워드 영의 질문, '우리는 어째서 원본으로 태어나 복제가 돼 죽는가?'에서 시작한다. 미술품의 원본과 복제는 서로가 서로의 가치를 높이거나, 대체되는 등 상호 보완적 관계로 얽혀 있다. 이런 원본과 복제 사이의 복잡한 관계가 현대 사회에 어떤 의미를 던져줄 것인지는 주요하게 생각해볼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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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모 作 ‘나의 죄악을 씻으시며(1990)’ 2024.4.17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나의 죄악을 씻으시며'와 인형탈로 구현한 연계 창작물은 관람객에게 특정한 작품 감상 방식을 의도적으로 주입한다. 원작품의 형태와 색상 등 겉모습만 극대화한 인형탈 작품을 '체험'한 뒤, 그 속에 담긴 내밀한 의미를 사유해보도록 설계했다.

그저 언뜻 보고 지나가는 대신, 인형탈에 들어가 작품의 이미지 그 자체와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런 접근법의 근거는 관람객의 작품별 평균 관람 시간이 '15초~30초'라는 연구 결과에서 따왔다.



전시실 내 다른 소장품들 역시 복제품과 2차 저작물 등이 한자리에 공존한다.

사진을 소재로 삼은 김경태 작가의 '서북공심돈(2019)'은 이번 전시의 주제 의식이 강하게 묻어난다. 현상을 포착하는 사진은 오랜 논쟁 과정을 거치고서야 비로소 예술의 한 장르로 인정받았던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김경태 작가는 수원 화성의 일부분을 여러 장 촬영한 뒤 한 장의 사진으로 합쳐 작품을 완성했다. 그 앞에는 같은 피사체를 촬영한 자료 사진이 제시돼 있다. 작가의 사진과 자료 사진이 무엇이 다르고, 어째서 앞선 사진은 작품이 되는지 관람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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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립미술관 소장품전 '세컨드 임팩트' 전시실 모습. 김경태 作 '서북공심돈'. 2024.4.17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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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의정 作 '액체시대'(오른쪽)와 3D 프린터로 만든 복제작. 2024.4.17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원본과 복제의 관계는 세월이 흐르면서 3D 프린터의 활용 문제로 뻗어 간다. 유의정 작가의 도자기 작품 '액체시대(2014)'는 작품과 크기와 형태가 동일한 3D 조형물과 영상 데이터가 나란히 배치돼 있다. 원본작품, 3D 출력물, 3D 데이터로 이뤄진 삼각관계는 원본과 복제의 경계가 더욱 밀접해진 시대를 드러낸다.

한편, 관람객이 직접 복제 작품 중 하나가 되어 보는 공간도 마련됐다. 미술관 로비에 있는 배형경 작가의 '벽·인간 1'과 '벽·인간 3(2023)', 두 작품 사이에 설치된 구조물에서 관람객은 '벽·인간'처럼 벽에 이마를 기댄 채 서 있을 수 있다.

소장품을 중심으로 원본과 복제의 관계를 조망한 이번 전시는 오는 9월 22일까지 이어진다. 일부 작품을 교체한, 같은 주제의 2부는 10월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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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로비에 자리한 배형경 作 ‘벽·인간1(2023)’ 2024.4.17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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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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