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방문한 수원시 권선구의 한 컨테이너의 배선용 차단기. 2024.4.19/한규준 기자 kkyu@kyeongin.com |
사흘이 멀다 하고 주거용 컨테이너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주거용 컨테이너에는 주로 취약층이나 외국인 노동자들이 거주한다. 해마다 인명피해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지만 정작 주거용 컨테이너에는 소방시설 설치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 상시 주거자가 많은 컨테이너가 소방 사각지대에서 화마에 노출된 셈이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년간(2021~2023년) 주거용 컨테이너에서 발생한 화재는 전국 총 267건으로 14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이 중 경기도 내에서 일어난 주거용 컨테이너 화재는 99건으로 전국 발생 건수의 37%나 차지하고 있다. 사망자는 10명으로 전국의 71%에 달했다. 인천지역은 같은 기간 5건의 화재가 발생했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지난 21일 오산시의 한 주거용 컨테이너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이곳에 홀로 살던 70대 남성이 숨졌다. 17일에는 이천시의 창고용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던 30대 남성이 사망했다. 앞서 13일 고양시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숙소로 사용하던 컨테이너에 새벽에 화재가 발생해 잠자다 대피하는 소동을 빚었다. 당시 현직 경기도의원이 화재를 목격해 재빨리 신고하지 않았다면 자칫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사고였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천과 고양 화재 모두 전기적 요인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컨테이너는 건축법상 가설건축물로 분류돼 임시 창고, 임시 숙소, 임시 사무실 등으로 사용하려면 지자체에 축조 신고 후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가설건축물인 컨테이너는 소방시설 설치 기준이 없다는 커다란 맹점이 있다. 소화기, 자동화재탐지설비 등 화재 발생 시 초기에 진압할 수 있는 장치가 의무가 아니라니 화재의 위험이 상존하는 이유다. 더구나 컨테이너 외벽은 구조상 철판과 철판 사이에 단열재가 부착돼 있고, 전기시설이 단열재 안에 매립 배관으로 설치된다. 전기적 요인에 의한 스파크가 발생하면 단열재에 불이 옮겨붙고 삽시간에 컨테이너가 전소될 수 있다.
소방당국이 화재 취약 주거지역을 대상으로 월 1회 이상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지만 이것만으로는 미덥지 못하다. 특히 화재 발생이 곧 인명피해로 이어지기 쉬운 주거용 컨테이너는 별도로 규제하고 관리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나. 소화기와 아크 차단기 등 기본적인 소방설비부터 구조상 불안 요소까지 전반적인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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