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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GTX 구상·정책 시동'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공지영
공지영 기자 jyg@kyeongin.com
입력 2024-04-23 19:55 수정 2024-04-23 20:09

"경부고속도로 대체 방안 고민 중 무릎 탁… 타보니 감개무량"


완전히 틀바꾸는 '교통정책' 현실제약

지하 50m 대심도 첫 논의 테이블로

A·B·C노선 동시 개통 '시너지 효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 거절 당해


경기도 철도국 신설·효용성 홍보 주력

정종환 국토부장관 만나 예타조사 착수

동탄에 지하철 뚫자 하면 김포골드라인 재현

요금 더 내려 이용객들 부담없이 타게 해야


 

하루에도 수십만 인파가 오가는 도심, 사람들의 발 밑 지하 깊숙한 곳에 땅굴을 파고 철도를 만든다는 '상상'이 처음부터 혁신이 되진 못했다. 대개 혁신이라 평가받는 것들이 처음부터 혁신이라 불리지 못하고 조롱받거나 무시당하기 일쑤인 것과 비슷하다.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도 마찬가지였다. GTX 정책안을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닐 때 가장 많이 들은 말도 "참 좋은데, 나중에 하라"는 무시였다. 십수년이 지나 GTX 노선에 따라 집값이 들썩이고 선거때마다 단골공약으로 등장할 만큼 각광받는 지금을 생각하면 그때의 무시는 땅을 치고 후회했을 선택이다.

GTX-A 노선 중 일부인 동탄~수서 구간이 지난 3월 29일 개통했다. 개통식이 열린 현장엔 윤석열 대통령과 GTX 관련 정부부처, 시민들이 참석했고 그 중 눈에 띄는 한사람이 있었다.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다. 그는 개통식이 열리기 전날, 미리 GTX-A를 시승하기도 했다.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서울 광화문에 있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김문수 위원장을 만나 GTX 탄생 이야기를 들었다. /박소연 PD

김 위원장은 GTX와 인연이 깊다. GTX를 구상하고 정책으로 추진한 이가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김문수'였기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 정말로 눈앞에 GTX가 구현된 것을 본 김 위원장은 어떤 기분일까.



"처음 구상했을 때보다 막상 타보니 더 좋았습니다. 빠르고 조용하면서 쾌적하더군요. (구상할 때부터) 곡선이 적고 직선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굉장히 안정적이면서 빠르게 가는 게 편안하고 좋았습니다. 정말 감개무량합니다."

GTX의 시작은 2005년, 김문수 위원장이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2006년 5월)에 경기도지사 출마를 준비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선거 공약을 준비하면서 경기도를 공부해보니, 경기도민의 최대 민원이 '교통'으로 꼽혔다.

"경기도에서 서울 가는 길이 너무 막혀서, 경부고속도로를 '경부주차장'이라고 부를 정도라고 했어요. 어떻게 하면 빨리 갈 수 있을까, 경부고속도로를 대체할 수 있는 고속화 대책이 무엇일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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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교통·토목분야 전문가들을 만나 조언을 구하다, 당시 국토교통연구원 부원장으로 재직 중이던 이한준 현 LH사장을 만났다. 선거캠프가 꾸려지고 이한준 당시 부원장을 정책특보로 임명해 함께 구상을 시작했다.

"그때 여러가지 대안들이 나왔어요. 교통공약 이름도 '뻥공약' 이었습니다. 경기도민의 전체 출근시간을 30분으로 만들어서 뻥 뚫리게 하겠다는 의미죠. 처음엔 경부고속도로를 2층 고속도로로 만들까 구상했다가 공사기간만 4~5년이 걸리고 공사 중에 길이 더 막히면 원성만 높아질 것 같아 포기했습니다. 그럼 제2경부고속도로를 동쪽에 만들어서 교통수요를 분산해보자 고민했는데 이건 토지보상에, 소송 발생 변수까지 감안해보니 10년도 더 걸릴 상황이었죠."

김 위원장이 경기도지사에 당선되고 고민은 더 깊어졌다. 완전히 틀을 바꾸는 교통대책을 내고 싶은데, 현실적인 제약들이 많아서다. 고심 끝에 2007년 GTX, 대심도 광역급행철도가 처음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대심도는 지하 50m 아래로 내려가는 게 핵심인데, 이렇게 되면 토지보상비 문제도, 소송 걸릴 위험도 없어 현실적인 문제들이 많이 해소가 됩니다. 지하로 내려가 기계로 땅을 뚫고 들어가 파는 시공은 대한민국 건설기술이 세계최고라고 평가받았죠. 우리나라가 워낙 터널이 많고 주로 단단한 화강암이기 때문에 뚫는 기술이 발달할 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이거다' 싶어 무릎을 탁 치고는 바로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결정을 하고나니 국내 10대 건설회사들이 전부 우리가 할 수 있다며 제안을 해왔어요. 그 정도로 GTX는 획기적이면서도 현실가능한 교통대책이었습니다. 당시에 A·B·C 노선이 동시개통을 해야 시너지 효과가 크니 동시착공을 해야 한다는 목표도 있었어요. 이러한 안을 가지고 정책 공감대를 얻기 위해 학술토론회와 홍보도 진행하며 본격적으로 시작했죠."

김 위원장은 2008년 1월, 당시 대통령에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원회를 찾아갔다. 대심도 급행철도 노선도를 들고서.

"공사계획과 소요예산, 이용객수, 요금, 경제적 타당성 등을 보고서로 만들어서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을 찾아갔어요. 보고서를 보더니 '좋은데, 자네가 대통령 되면 하라'고 거절했어요. 좋은데 왜 안하시냐 업무계획에 포함시켜달라고 부탁했지만 최종적으로 담기지 못했죠. 알고보니 당시 이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을 주요 국정과제로 생각하는데 이것 역시 대규모 토목공사다보니 '삽질 대통령'이라 원성 듣는 게 걱정됐던 것 같습니다."

또 다른 문제도 있었다. 경기도민들의 빠르고 원활한 출퇴근이 정책의 목적인 만큼 서울 도심 지하를 관통해야 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했다. 특히 서울 강남, 그 핵심인 삼성역 아래를 지나야 했다.

하지만 서울시장 입장에선 가장 번화한 서울 거리 한복판에 '두더지 땅굴'을 파겠다는 경기도지사의 발상을 쉽게 용인해 줄 리 없었다. 이런저런 반대들이 계속되면서 추진은 더디기만 했다.

"경기도에 철도국까지 신설해 전문가를 모셔오고 GTX의 효용성을 알리는데 주력했어요. 그러다 당시 정종환 국토교통부 장관을 찾아갔는데 정 장관이 마침 철도분야 전문가라 굉장히 획기적이라면서 딱 알아보더라구요. 그렇게 2009년에 확정고시가 됐고 기획재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그 결과 A노선은 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는데 B와 C가 미흡하다는 판단을 받았어요. 생각보다 너무 늦어졌기 때문에 일단 A노선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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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X-A 운행 첫날인 지난달 30일 오전 동탄역 GTX 승강장. 많은 승객들이 GTX-A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2024.3.30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우여곡절 끝에, 김 위원장의 말대로라면 "10년 허송세월"하다 이제야 GTX가 빛을 보게 됐다. 이제 시작이라 아직 보완할 점도 많다.

"GTX는 간선교통망입니다. 서울은 GTX를 내려서 바로 지하철로 갈아타면 동네 방방곡곡을 다 가죠. 하지만 경기도는 너무 넓고 그런 기반이 없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그런 기반이 갖춰질 때까지 상당기간 불편할 거예요. 마을버스, 시내버스를 촘촘하게 연결할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고 동탄에 지하철을 뚫자고 하면 지자체가 감당해야 하는 수준으로 하게 될 테고 아마 김포골드라인 사태가 비슷하게 재현될 수 있어요. 게다가 인구가 계속 줄어드는 문제도 철도에는 악영향을 줄 겁니다. 요금 역시 보조금을 줘서라도 좀 더 내려야 부담 없이 타고 다닐 수 있을 겁니다."

"(경기도지사를 하며) 경기도를 다녀보면 정말 너무 막힙니다. 교통문제를 두고 당시 이명박 대통령하고도 정말 많이 싸웠습니다. 이렇게 넓은 경기도에 경기도만을 위한 고속도로 하나 없습니다. 북부지역은 더 심하죠. 민자로 건설한 구리포천고속도로도 그래서 건설한 겁니다. 타지역에, 사람도 안 사는 곳에는 고속도로를 뚫어놓고 경기도에 없는 게 말이 됩니까. 국토부가 교통대책도 없이 한강신도시는 만들어놓으니, 김포시가 없는 재정에 김포골드라인이라도 만든 거 아닙니까. 경기도민들이 힘이 많이 들어요. GTX 철도가 답이라고 생각한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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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혁신은 문제를 공감하고 깊게 고민하는 과정에서 완성될지 모른다. 경기도민으로 살아봐야 아는 꽉 막힌 '교통' 문제가 GTX로 일거에 해결될 순 없지만, 적어도 해결을 위한 발걸음은 이제 출발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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