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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헌법재판소 기후소송

윤인수
윤인수 논설실장 isyoon@kyeongin.com
입력 2024-04-24 19:59 수정 2024-04-24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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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부실한 온실가스 감축 조치로 환경권과 생명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당했다'는 이유로 청구된 헌법소원심판이 23일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으로 개시됐다. 아시아 최초의 기후소송이라 여론의 관심이 높다. 2020년 '한국의 툰베리'를 자처한 '청소년기후행동' 회원들이 제기한 헌법소원이다. 연이어 청구된 시민·아기 기후소송을 병합했다.

"당신들은 자녀를 가장 사랑한다 말하지만, 기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모습으로 자녀들의 미래를 훔치고 있다." 2018년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당시 열다섯살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각국 정상들에게 쏘아붙인 발언이다. 청소년 기후소송의 이유를 대변한다.

청소년은 기후위기로 미래를 잃을까 걱정하지만, 노인들은 당장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 지난 9일 유럽인권재판소는 "스위스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고령자의 인권을 침해했다"며 '기후 보호를 위한 노인 여성'이라는 단체에 8만 유로를 배상할 것을 판결했다. 증거부족을 이유로 정부에 면죄부를 준 스위스 대법원이 머쓱해졌다.

기후위기가 국제사회의 공동 현안으로 등장한 지도 꽤 됐다. 온실가스 감축 실천을 위한 국제협력은 교토의정서를 거쳐 파리협약으로 이행 중이지만 국가 이기주의로 얼룩졌다. 온실가스 감축을 강제한 교토의정서는 미국, 일본, 러시아가 탈퇴하고 중국·인도는 대상에서 제외돼 유명무실해졌다. 파리협약도 비슷한 조짐을 보인다. 탄소 없이 유지하고 성장하기 힘든 세계경제 구조 때문이다. 기후위기는 현재와 미래의 재앙으로 실체가 뚜렷해졌다. 기후변화로 인한 초대형 자연재해가 지구 전역의 인간을 위협한다. 작물의 재배지와 동·식물의 서식지가 급변하면서 식량위기와 종의멸종이 동시에 진행 중이다. 미래세대는 그들이 존재할 미래가 아예 삭제될 것을 두려워한다.



2021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미래세대에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결했고, 독일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대폭 상향 조정했다. 우리 헌재가 내리는 결론에 따라 온실가스 정책의 방향이 결정된다. 오늘만 사는 정치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헌재의 기후소송이 현재와 미래 세대가 공존을 모색하는 공론장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윤인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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