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前 '소학교' 근대교육 뿌리
시교육청 '운영단' 22개교 조사
창영초 '승정원일기' 기록 발견
개교 연도 앞당기고 교문에 현판 |
지난 3일 오후 인천시 동구 인천창영초등학교에서 열린 '인천교육 100년 학교 기념식'에서 유정복 인천시장, 도성훈 교육감, 신충식 시의회 교육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현판 제막식을 하고 있다. 2024.5.3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
인천에서 유구한 역사를 지닌 학교들의 가치가 하나둘 재조명되고 있다. 참고할 역사 자료가 부족해서, 혹은 잘못된 자료로 개교시기가 불분명했던 학교들이 인천 교사 등 교육 전문가들의 노력으로 올바른 역사를 되찾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은 지난해 7월 인천지역 교사들로 '인천교육 역사 바로 세우기 운영단'을 구성했다. 우리나라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일본측 자료에 의존해 확인할 수밖에 없었던 인천 교육사를 바로잡는다는 목표였다. 조사 대상은 개교한 지 100년이 넘은 22개 학교다.
운영단이 먼저 조사에 나선 학교는 인천창영초등학교, 길상초등학교, 하점초등학교, 서도초등학교, 인천문학초등학교, 인천영종초등학교 등 6개다. 운영단은 지난해 7월부터 두 달간 학교별 연혁을 연구했고, 교육사 전공 박사들로 구성된 검증단이 운영단의 연구 내용을 검토했다.
운영단 활동은 곧바로 가시적 성과를 냈다. 인천창영초는 그동안 1907년 '인천공립보통학교'를 전신으로 여겼지만, 승정원일기(고종 32년 12월8일, 양력 1906년 1월22일)에서 이 학교가 1896년 '인천부공립소학교'로 처음 개교했다는 기록이 발견되면서 잃어버렸던 역사를 되찾았다.
길상초는 1913년 발간된 '조선신사보감'에서 이 학교 전신인 '진명학교'를 졸업한 '김영지'라는 인물이 확인돼 개교 시기가 1920년에서 1906년으로 바뀌었다. 서도초는 개교 연도가 1935년에서 1907년으로, 하점초는 1922년에서 1907년으로 앞당겨졌다. 인천문학초와 인천영종초는 기존 개교 연도와 역사적 기록에 차이가 없었다.
인천시교육청은 인천교육 역사 바로 세우기 사업을 통해 일제가 보통학교를 설립하기 이전에 조선정부가 소학교를 세우며 인천에 근대교육의 뿌리를 내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역사적 측면에서 의미가 상당한 것이다. 운영단은 올해도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인천지역 16개 학교(강화군 5, 연수구 5, 중구 2, 동구 2, 미추홀구 1, 계양구 1)의 올바른 역사를 찾는 활동을 이어 나갈 예정이다.
인천시교육청은 운영단 활동을 통해 개교한 지 100년이 넘은 것으로 검증된 학교를 '인천교육 100년 학교'로 널리 알려 나갈 계획이다. 지난 3일에는 인천창영초에서 '인천교육 100년 학교 기념식'을 열고 '인천교육 100년 학교'라고 쓰인 현판을 교문에 설치했다.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은 "우리나라 소학교 흔적을 없애려는 일제의 의도를 지우고 근대교육의 주체성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우리 학생들이 역사를 제대로 알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로 나아가는 인재가 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