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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문을 열어놔도… 손님 대신 한숨만 는다

윤혜경
윤혜경 기자 hyegyung@kyeongin.com
입력 2024-05-12 20:46 수정 2024-05-12 20:47

개업보다 폐·휴업 많아진 경기·인천 공인중개사


젊은층 선호 위례 등 발길 '뚝'

4분기 연속 신규개업 앞질러
월세계약 위주 '매매 실종'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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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분기 경기·인천지역 공인중개사 1천264곳이 폐·휴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오후 위례신도시 내 공인중개사가 몰려 있는 거리엔 인적마저 드물어 공인중개사들의 어려움을 대변하는 듯했다. 2024.5.10 /문성호기자 moon23@kyeongin.com

지난 10일 오후 위례신도시 중앙광장 옆 한 주거용 오피스텔 상가. 유동인구가 많고 4차선 도로와 접해 있어 공인중개사무실 10여 곳이 성업 중인 곳이다.

위례신도시는 서울 강남까지 1시간 이내 이동이 가능할 정도로 접근성이 좋고 생활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어 신혼부부와 젊은 직장인이 선호하는 지역이지만 공인중개사들은 올 들어 부동산 매매는 아예 실종됐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날 공인중개사무실마다 출입문을 열어 둔 채 손님을 기다렸지만 2시간 정도 지켜봐도 공인중개사를 찾는 손님을 단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한 공인중개사는 "매물은 쏟아지는데, 부동산 경기침체로 매물을 찾는 사람이 아예 없어 거래가 끊겼다"며 "직원도 없이 혼자 사무실 문만 열어 놓고 시간만 보내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해 공인중개사 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버텨왔던 경기지역 마저도 4분기 연속으로 폐·휴업이 신규개업을 앞지르면서 부동산 거래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12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경기·인천지역에서 폐·휴업을 신고한 공인중개사는 경기 1천23곳(폐업 942곳, 휴업 81곳), 인천 241곳(폐업 225곳, 휴업 16곳) 등 1천264곳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신규 개업한 공인중개사는 경기 870곳, 인천 202곳 등 1천72곳에 불과했다.

폐·휴업이 신규개업을 앞지른 것은 부동산 거래절벽이 나타나기 시작한 2022년 2분기부터 관측됐으며 고금리 장기화에 부동산 거래가 위축되면서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공인중개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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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경기지역은 1천여곳 이상 신규개업을 하면서 전체 공인중개사 수가 유지돼 왔었지만 지난해 2분기 신규개업이 932곳으로 떨어진 뒤 3분기 782곳, 4분기 740곳 등으로 1천 곳을 밑돌면서 4분기 연속으로 폐·휴업이 신규개업을 웃돌고 있다.

공인중개사 업계는 거래절벽이 지속되면서 공인중개사의 폐·휴업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R-ONE) 주택거래 현황을 보면 2023년 경기도 주택거래 건수는 23만9천928건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급등기인 2021년(44만1천499건) 대비 절반 수준이다. 올해 1분기 주택거래 건수는 6만2천716건으로 지난해 거래량의 4분의 1 수준을 기록했다.

여기에 전세사기 피해 확산 이후 전세 기피 현상이 나타나면서 상대적으로 중개보수율이 낮은 월세계약 위주로 체결되면서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수원 인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한 달에 월세만 10건 가량 계약하는데, 사무실 임대료조차 감당할 수 없다"며 "사무실 계약 만기인 8월에 폐업을 할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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