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가기

[사설] 교육당국 '교사 사기저하' 원인 제대로 살펴야

입력 2024-05-15 19:19

선생님 사랑해요 (6)
스승의 날을 이틀 앞둔 13일 오후 수원시 권선구 세곡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이 수업을 들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2024.5.13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어제 '부처님 오신 날'은 공휴일이었지만 법정기념일인 '스승의 날'이기도 했다. 대통령령인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는 교육부가 주관 부처가 되어 교권 존중의 사회적 분위기 조성과 스승 공경과 관련된 행사를 하는 날로 되어있다. 하지만 매년 스승의 날마다 정작 학교 현장은 조심스럽다. 다소 완화되긴 했으나 2016년 9월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한동안 스승의 가슴에 꽃을 달아드리는 이벤트조차 꺼림칙한 일이 돼버렸다. 지난 1973년 과도한 사은행사를 규제하는 정부 방침에 따라 폐지됐다가 9년 뒤인 1982년 법정기념일로 부활한 그 역사처럼 54개나 되는 법정기념일 중에서도 유독 혼란스러운 기념일이다.

이런 스승의 날을 맞아 인천의 한 교원단체가 현직 교사들의 인식과 근무 여건 등을 살펴보기 위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퇴색한 기념일의 의미만큼이나 안타깝고 걱정스럽다. 인천교사노동조합이 지난 13일 발표한 '2024 스승의 날 기념 인천 교원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현재의 교직 생활에 만족하는 교사는 전체 응답자의 22.9%에 불과했다. 교사라는 직업이 우리 사회에서 존중받고 있는지를 묻는 문항에선 겨우 4.8%만이 긍정적으로 답했다. 전국 단위의 설문조사 결과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같은 날 발표한 교원 인식 설문조사에서 '다시 태어나도 교직을 선택하겠다'고 답한 교원은 응답자의 19.7%에 그쳤다. 지난 2012년부터 시행한 동일 문항의 응답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 2016년도 조사에서 52.6%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줄곧 하락세를 보이긴 했지만 이렇게 10%대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다.

교권 침해 등으로 교직 생활에 회의감을 갖는 교사가 많다는 인천교사노조 측의 설문조사 결과 분석을 교육당국은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지난 3월 한 달 동안 인천교사노조에 접수된 악성 민원과 관련한 교사 상담 건수가 작년 동기 대비 10배나 급증한 원인을 가려내고 실효성 있는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발생 건수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추세를 면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늘봄학교, 유보통합,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등 여러 제도의 도입과 시행이 충분한 기반 마련 없이 이뤄져 교사 업무를 가중시킨다는 현장의 목소리에도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교사가 우선 건강해야 미래세대를 위한 건강한 교육도 가능해진다는 것은 상식이다.




# 키워드

경인 WIDE

디지털스페셜

디지털 스페셜

동영상·데이터 시각화 중심의 색다른 뉴스

더 많은 경기·인천 소식이 궁금하다면?

SNS에서도 경인일보를 만나보세요